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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유전자 검사 확대'에 업계 '부글'… "반쪽짜리, 규제 완화 갈 길 멀어"

기사등록 : 2019-02-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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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DTC 유전자 검사 인증 시범사업 추진
"57개 검사 항목 추가 허용…웰니스 위주"
업계 "당초 계획과 달리 실효성 없는 항목만 늘어"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보건복지가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통해 DTC 검사 항목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업계는 오히려 들끓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DTC 추가 검사 항목 수가 120여 개에서 57개로 줄어든 데다 질병 관련 항목은 모두 빠져서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복지부, 57개 항목 DTC 검사 허용

복지부는 14일 DTC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DTC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기업에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유전 정보와 질병 가능성 등을 얻는 서비스다.

국내의 경우 2016년부터 시행됐으나 검사 항목이 12개로 한정돼 있고, 암 등의 질환은 검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검사 항목 규제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검사 항목을 확대하는 대신 인증을 받은 업체만 관련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허용 항목 12개 외에 57개 항목을 추가로 허용했다. 이번에 허용된 57개 항목은 영양소, 식습관, 혈통 등 개인의 특성에 관련된 '웰니스 항목'들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는 '질병 항목'은 빠졌다. 지난해 정부가 검사 항목을 120여 개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이를 폐기하면서, 허용 항목 수가 감소했다.

복지부는 오는 15일부터 참여업체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복지부는 올해 5월부터 9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추가허용 항목의 적절성에 대해서 검토한다.

[표=김근희 뉴스핌 기자]

◆ "반쪽짜리 항목 확대"… 업계 반응은 '냉담'

그러나 유전자 분석 업계는 이 같은 발표에 실망하고 있다. 검사 허용 항목 수가 예상보다 적은 데다가. 허용 항목들 대부분도 시장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A 유전체 분석 업체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의료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검사 허용항목을 120여 개로 늘리겠다고 협의해놓고, 말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항목 확대위원회를 열고 DTC 검사 항목을 결정했다. 이 위원회는 의료계, 학계 10인으로 구성됐으며, 산업계 인사는 빠졌다.

이번에 그나마 추가로 허용된 항목들도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타민 C 농도, 비타민 D 농도 등은 추가 허용됐으나 비타민 B, E 등은 검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DTC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영양제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싶어도,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비타민 C와 D로 제한돼 관련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현재 검사 허용 항목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이날 오전 열린 DTC 인증제 시범사업 추진위원회 회의에서도 일부 의료계와 시민단체 위원들은 추가 허용된 검사 항목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DTC 인증제 시범사업 추진위원회는 산업·의료·과학계 전문가와 법조·윤리·시민사회 관계자, 복지부 관계자 등 15인으로 이뤄져 있다.

◆ 복지부 시범사업 참여 고심하는 기업들

여기에 최근 유전체 분석 업체 마크로젠의 'DTC 서비스 실증 특례'가 산업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셈이 더 복잡해졌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미뤄주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 승인으로 인해 마크로젠은 고혈압, 파킨슨병 등 질병 관련 항목 13개를 추가로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가 안전성 문제로 불허한 질병 항목 검사를 산업부는 허용한 것이다.

마크로젠은 앞으로 2년간 송도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DTC 서비스를 진행한다. 회사는 검사 항목 확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법 개정 논의를 위한 근거 데이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로 DTC 검사 항목 규제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마크로젠이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해당 사안은 반드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체들은 복지부 시범사업과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 참여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미 마크로젠을 비롯한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등 일부 기업은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신청했다.

C 유전체 분석 기업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복지부 시범사업에는 참여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DTC 규제에 번번이 발목이 잡히느니 다른 사업을 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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