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 무역 협상 팀이 베이징에서 담판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측이 협상용 ‘보따리’를 제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산 상품 수입을 대량 늘리는 한편 국내 차량 판매를 촉진하는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당근’을 앞세워 내달 1일 관세 인상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4일 베이징에서 미국과 중국 간 장관급 무역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중국 측 협상 대표를 맡은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자리에 앉아 본격 협상을 준비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가 양국 무역 협상 시한이 60일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한 가운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와 관련, 어떤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상황.
이번주 베이징 협상을 분수령으로 90일 시한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양측의 팽팽한 막판 줄다리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협상 팀이 반도체 칩을 포함한 미국산 상품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협상 대표단의 15일 회동을 앞두고 양측이 여전히 비관세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중국이 IT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
특히 중국은 향후 6년간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수입 물량에 비해 5배 가량 높은 규모다.
중국은 이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국내에서 제조된 엔진 및 차량을 구입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차량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앞서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중국이 또 한 차례 통 큰 양보를 취한 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콩류 수입 확대에 대해 강한 만족감을 내비친 바 있다.
문제는 중국의 전략이 미국 협상 팀의 과녁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미 의회 전문지 폴리티코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무역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베이징 협상을 통해 정조준한 것은 중국의 시스템 개혁이라고 보도했다.
단순히 대중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미국의 IT 기술 강제 이전과 지적재산권 침해, 위안화 환율 통제 등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측면의 비관세 쟁점이 미국 측이 풀어내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때문에 중국이 내놓은 ‘당근’에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 시한 연장 결정으로 화답할 것으로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커들로 위원장은 내달 1일 협상 시한의 연장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60일간 관세 인상 시한이 보류될 것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해 부인한 셈이다.
앞서 시한 연장 의사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합의점에 근접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WSJ은 중국의 협상 카드가 미국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령, 차량 보조금 폐지의 경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를 실시하더라도 수입차 판매를 가로막는 주범인 지방정부가 따르지 않을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내달 1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단행해야 중국의 시스템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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