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잠자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5.18 폄훼 발언 탓에 다시 깨어났다. 극우 인사로 하여금 막말을 쏟아내게 하고 5.18 유공자를 ‘세금도둑’으로 일컬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이 회부되면서 윤리위도 활동을 재개했다.
박명재 윤리특별위원장은 18일 “28일 간사협의, 오는 3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26건을 전부 다룰 것인지, 하반기 윤리위 구성된 이후 회부된 8건만 다룰 것인지, 5.18 발언 징계안 3건만 논의할 것인지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징계안은 26건이다. 징계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총 21명이다. 이중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진태·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각각 2회씩 회부됐다.
또 이들 의원 21명은 대부분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해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mironj19@newspim.com |
◆ “내가 그렇게 좋아?”, “눈이 삐뚤어졌는데”, “사드 괴담송” 막말 지배적 전반기
한선교 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2016년 10월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민주당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해 성희롱 발언이란 뭇매를 맞았다. 이에 앞서 한 의원은 같은해 9월 1일,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의장실 경호 경찰관 멱살을 잡아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조원진 애국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8일 태극기 집회에서 “핵폐기 한마디 못하고 200조 약속”, “대한민국을 속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없애고, 사회주의 혁명 공산주의 가자고 하는 문재인을 몰아냅시다”다고 발언하는 등 국회 품격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김정숙 여사를 향해서도 “문재인, 김정숙, 임종석, 서훈, 정의용은 김정은의 기쁨조”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조 의원은 또 새누리당 시절이던 2016년, “김정은에게 예를 갖추라 했던 분이 민주당에 있다”고 말해 심재권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허위사실로 동료의원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과거 박지원 의원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바 있다. 김 의원은 2016년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훗날 통일이 되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월남 대통령 선거에서 차점으로 낙선한 쭝딘쥬,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보좌관 귄터 기욤이 모두 간첩으로 밝혀졌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습니까?”라고 쓰기도 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변인 시절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소시오패스”란 논평을 냈다가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2017년 1월 의원 회관에서 ‘곧, 바이!展’이라는 전시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 나체를 묘사한 그림인 ‘더러운 잠’ 등을 전시하다 윤리위에 회부됐다.
민주당 의원으로서 2번 징계위에 회부된 의원은 손혜원 현 무소속 의원과 표창원 의원이 유이하다. 두 의원과 김현권·이재정·소병훈·박주민 의원은 2016년 8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반대 집회에서 ‘사드괴담송’을 불렀단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이는 2017년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시간에 김성태 한국당 의원(강서을) 질의로 밝혀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mironj19@newspim.com |
‘괴담송’ 가사는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청와대가 어때서 사드 배치 딱 좋은 곳인데’, ‘어느 날 우연히 전자파에 튀겨진 니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드가 오면은 돌아버린단다. 사드가 오면은 미쳐버린단다’ 등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를 위시한 자유한국당 의원 104명은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유포해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했다”며 품위유지 위반 혐의로 징계안을 발의했다.
◆ 스트립바 방문·이해충돌·재판 청탁·5.18 막말 등 하반기에서는 ‘개인 일탈’이 많아
20대 국회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상호간 공격적 발언에서 비롯된 징계안보다는 ‘개인 일탈’로 빚어진 징계안이 많았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미국 출장중 스트립바에 출입했단 의혹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최 의원은 “스트립바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스트립바가 맞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노출한 무희가 있었지만, 옷을 다 벗고 춤춘 사람이 있지도 않았고, 보지도 못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손혜원 의원은 전남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일대 건물과 토지 22필지를 사들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손 의원은 이에 대해“투기가 아닌 목포 살리기”라며 “투기가 되려면 이익이 증명돼야 투기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인 자녀가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게 되자 2015년 5월에 국회 파견판사에게 선처를 요청한 것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추가공소장에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산 정보를 내려 받았다. 기재부는 심 의원과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석기 한국당 의원은 ‘용산참사 10주기’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지금도 같은 일이 발생하면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해 징계위에 회부됐다.
◆ 방탄국회·식물국회 해결 미지수, 자문위 거치면 1달에서 2달 소요
국회의원 징계절차는 국회의장실 소속 윤리자문위원회와 윤리특위, 징계심사소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의결된다. 징계안이 윤리위에 회부되면 의장실 윤리자문위원회에 송부한 뒤, 징계 종류를 결정 받으면 다시 징계사심사소위원회에 송부한다.
소위에서 징계안이 확정되면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의장에게 보고된다. 이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3 찬성, 현 인원 기준 199명 이상 동의로 징계가 확정된다.
박 위원장은 “오는 28일 간사 협의를 거쳐 안건을 결정한 뒤 3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상정하겠다”며 “국민 관심을 의식하고 발빠르게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18일 간사회동에서 징계안이 합의되지 않은데다 자문위원회 검토과정이 한 달에서 두 달까지 소요되는 탓에 갈 길은 아직 멀다.
민주당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한국당 의원 징계부터 먼저 처리하잔 입장이다. 권미혁 윤리특위 민주당 간사는 “5.18 폄훼발언에 대한 징계가 미뤄지면 늘어질 수 있어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징계는 추후에 논의할 수도 있지만 5.18 발언은 여론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명재 위원장은 "하반기에 회부된 8건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란 입장이고 이태규 바른미래당 간사는 특정 사안에 관계없이 모두 일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야 3당 윤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박명재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간사들이 참석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