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위안화가 날개를 달았다. 워싱턴D.C.에서 무역 담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경고했다는 소식이 위안화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관세 전면전의 충격에 달러화 대비 5% 이상 급락했던 위안화에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상승 베팅이 봇물을 이뤘다.
미국이 무역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하면서 위안화 환율 문제가 또 한 차례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중국 위안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2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이 0.4% 하락하며 6.7168에 거래, 위안화 가치가 지난 1일 이후 약 3주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장중 달러 당 6.78위안 선에 거래됐던 환율이 상당폭 밀린 셈이다.
19일 블룸버그는 미국 무역 협상 팀이 중국 측에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양국의 무역 합의 양해각서(MOU)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쐐기를 박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국제 교역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이 총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0~25%의 관세를 단행했지만 이에 따른 충격이 상당 부분 위안화 하락으로 상쇄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위안화 강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이외에 내달 2일 자정 관세 인상 시한 연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밖에 소위 엔고(高)가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낼 경우 환시에 개입하겠다는 일본은행(BOJ)의 발언도 위안화 상승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위안화의 상승 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시행 중인 관세 충격이 지속, 지난해 10년래 최저 성장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올해 더욱 감속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기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0.4%로 위축됐고, 월가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 이는 위안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호주커먼웰스뱅크의 조셉 카푸소 외환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상승 모멘텀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 위안화 상승 베팅은 적절치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약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위안 역외 환율의 하락이 6.7위안 선에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위안화는 지난해 12월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일간의 무역 휴전을 선포하고 협상에 돌입한 이후 3%를 웃도는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협상 시한이 실제로 연기될 경우 위안화가 일정 부분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