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대북 성과 강조에 많은 이들의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이지만,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희한하게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19.02.26.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존중받고 있으며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면 경제 및 외교적 보상을 전제로 북핵 프로그램을 포기 내지는 최소한 축소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의 99%는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하지만 이상하게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감은 계속 옳았다”고 말했다.
매체는 위트처럼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북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으로 인한 긴장 완화를 중요한 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기존 외교 정책 지침을 과감히 벗어나 자신의 직감을 따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어쩌면 빛을 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북한정보분석관 출신인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과 영변 핵시설을 4차례 방문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엘리엇 서빈 연구원과 함께 1992년 이후 한반도 위험 수위를 차트로 만들었다.
외교에서부터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해 완성한 이 차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위원장을 ‘리틀 로켓 맨’이라 부르며 도발하던 2017년 당시 전쟁 위험이 아주 높았지만 이후 한반도 위험은 점차 줄고 있음이 나타났다.
차트와 보고서를 작성한 세 연구원들은 “급격한 남북 해빙 모드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의가 한반도 전쟁 위협과 긴장을 급격히 낮췄다”고 강조했다.
물론 트럼프의 대북 접근법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매체는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번 2차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히 합의안을 마련하려 하다가 북한에 유리한 상황만 만든 채 한미, 미일 동맹 등만 훼손되는 등 미국은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대북 직감이 옳다던 위트 역시 파격을 좋아하고 반대 의견은 듣지 않으려는 트럼프식 접근이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면서, 대북 정책 관련 세부사항에 대한 관심마저 결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톱 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식 해법이 분명 더 잘 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 큰 차도가 있느냐 하면 답은 ‘아니다’라는 쪽이라면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