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회담에서) 심도있는 진전이 있다면 '이지스 어쇼어' 배치 문제를 호전시킬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아사히신문은 27일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일본 아키타(秋田)시 주민들의 기대와 불안감을 다뤘다. 아키타시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 등을 이유로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반면 후보지 주민들은 배치로 인해 생활이나 안전 면에 영향을 받을까 꺼리고 있다. 특히 유사시 공격을 받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그렇다.
신문에 따르면 아키타 주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도입 계획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루마니아 남부 데셀바루 공군기지에서 가동되고 있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사진=로이터 뉴스핌] |
JR아키타역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곳엔 1만3000명이 거주하는 가쓰히라(勝平)지구가 있다. 민가와 학교가 밀집한 해당 지역 바로 옆엔 이지스 어쇼어 배치 후보지 중 한 곳인 육상자위대의 아라야(新屋) 연습장이 있다.
2017년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잇따라 일본의 상공을 통과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해당 문제를 '국난'이라고 위치 짓고 중의원(하원)을 해산했다. 여당인 자민당은 공약집 1부 1장에 '북핵 대응'을 실으며 북한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내세웠다. 이지스 어쇼어 도입도 공약에 포함됐다.
2018년 5월 일본 정부는 아라야 연습장과 야마구치(山口)현의 무쓰미(むつみ)연습장을 배치 후보지로 발표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키타시 주민들이 이지스 어쇼어 배치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2018년 6월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때부터였다. 직전까지 서로를 비난하던 두 정상은 만나 악수를 나눴다.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일본 정부가 각지에서 주최했던 피난훈련도 없어졌다.
아라야 연습장 인근 지역모임 '아라야·가쓰히라지구진흥회' 회장은 신문 인터뷰에서 "(1차 북미회담 당시) 배치 계획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1차 북미회담 직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어 "북한에는 핵·탄도 미사일이 다수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면 해상·지상부대 요격미사일을 더해 전국을 방어할 수 있다며 지리적 조건으로 아키타가 후보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미가 대화노선에 나섰는데 왜 역행하는 배치를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주민들의 의문은 남아있었다. 왜 주택지와 가까운 지역이 후보지가 됐는지, 유사시엔 공격받을 리스크가 높아지는 건 아닌지 등 다른 의문들도 마찬가지였다. 총 8회의 설명회가 있었지만 주민들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시쿠라 도시아키(石倉敏明) 아키타공립미술대학 준교수는 "(정부는) 이미 결론을 정했고 주민들과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가 근무하는 대학은 연습장 인근에 위치해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북미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납치·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
주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모든 사정거리의 미사일을 폐기한다'는 일본의 요구에 북한이 응할지 지켜보고 있다. 한 지역주민은 신문 취재에 "(북한이 응한다는) 전망이 있다면 이지스 어쇼어 배치 문제가 호전될 지 모른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불안감도 있다. 회담의 행방이나 여론의 관심이 비핵화와 납치문제에 집중되고 있어, 미사일 문제가 뒷전이 되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민은 "안전보장에 관계된 이상 아키타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