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조직이 조현오 전 경찰청장 지시로 댓글을 달아 경찰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6차 공판에서 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작성한 댓글을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9.05 deepblue@newspim.com |
검찰은 조 전 청장이 당시 고 장씨 사건에 대한 ‘경찰 부실수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법정에 공개된 검찰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장자연 관련 언론 보도는 원색적이다.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지 언론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여론 재판”이라고 댓글 작성했다.
또 “우선 경찰에서 수사한다고 하니 믿어보는 게 어떨까요. 저도 과거 경찰을 신뢰하지 않았으나 가족 중 누명을 쓰고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한 형사님의 열정적인 수사로 벗어났다”고 달았다.
이날 재판에는 조 전 청장 재임 당시 대변인실 산하 뉴미디어홍보계에서 근무한 원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원씨는 당시 경찰청 SNS 등을 관리하면서 경찰 관련 이슈를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이날 원씨를 상대로 조 전 청장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댓글 작성 등을 지시했는지 묻기도 했다.
원씨는 검찰의 “조 전 청장이 동아일보의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 칼럼을 추천하고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해당 칼럼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하며 검경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씨는 또 조 전 청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옹호하는 글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댓글 작성 등 온라인 대응 과정에서 경찰 신분을 밝히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신분을 꼭 밝히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 및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등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당시 경찰 조직이 일반 시민을 가장해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검경수사권 등 민감한 이슈에 옹호 댓글을 게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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