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북·미관계 전문가들은 예상 외였다면서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1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데 대해 "조금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대응을 잘못 해석했거나 협상 전술로 일부러 높은 조건을 내걸었으나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결렬됐어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린그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하기만 하고 내용은 없는 합의를 피한 것이며 이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1차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을 주장했지만 시기상조였다는 게 나타났다"며 "양국은 비핵화 정의에 대해서도차 의견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김숙 전 유엔(UN)대사도 "북한은 1차 북미회담에서 비핵화 없이도 제재해제가 가능할 거라는 착각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회담에서의 잘못된 판단을 수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원칙과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8.02.28. [사진=뉴스핌 로이터] |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에 대해 당장 북미 관계가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 봤다. 클린그너 연구원은 "일각에선 한반도 위기가 재연될 거라 관측하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숙 전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실험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을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전 대사는 "3차 북미정상회담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이나 한국에 접근하겠지만 미국이 제재완화를 거부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경제협력엔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내 정세 향방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와타나베 야스시(渡辺靖) 게이오기주쿠(慶応義塾)대학 교수는 NHK취재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결렬됐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 했는데, 이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자신의 공적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라 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완전한 제재완화를 고집한다면 압력을 강화하거나, 양보를 하는 형태를 취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국내 정세를 봐가면서 대북 교섭을 진행할 거라 했다.
북미 양자회담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칭궈(賈慶國)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북한에게 핵무기는 정권 존속에 직결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도, 정권은 바뀌고 의회도 있기 때문에 북한은 신용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자 교수는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다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중국은 앞으로도 양국 간의 대화를 지원할 것이며, 이는 이번에 김정은을 태운 열차가 중국을 종단하게 허용한 점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중 간 대립이 중국의 협력 의욕을 떨어트리는 면이 있다"며 "무역갈등이 수습되면 북핵 문제에서 미중 협력이 유리하게 움직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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