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교육 당국에 대화를 요청하며 ‘대규모 개학 연기’를 선포했다. 개학 연기에 동참하지 않고 개학 첫 날인 4일 아침 문을 연 유치원 원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유총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03.03 kilroy023@newspim.com |
경기도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유 모 원장은 고민 끝에 무거운 마음으로 이날 아침 문을 열었다. 유 원장은 “정부의 방침에 동의해서 개학하는 게 아니다”라며 “개학 연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토로했다.
유 원장은 “‘정부의 방침이 너무 무서우니 따라가자’는 몇몇 지역이 있는데, 우리도 그 중 하나”라며 “게다가 오늘 새벽부터는 경찰이 유치원에 왔다갔다 해, 다들 무서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학을 선택한 다른 유치원의 원장들도 속사정은 비슷하다. 수도권에서 대형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 모 원장 또한 “마음은 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서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가 나라를 상대해서 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 할 수 없이 동참하지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신학기부터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재원생이 200명 이상되는 대형 유치원이기 때문이다. 원장들은 “대승적 수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 원장은 “사립 시스템에 맞지 않지만 최근 한유총이 ‘조건 없는 에듀파인 수용’을 내걸어 우리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 또한 “여론이 ‘에듀파인을 받아드리지 않으면 회계 투명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몰아가 맞지 않아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 원장들은 교육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사립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냈다. 유 원장은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한다면 차별화를 위한 특별 활동 등에 제재가 많아진다”며 “공립과 똑같은 교육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은 획일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법인 소유의 유치원 원장 A씨 또한 “국·공립유치원에 갔다가, 아이가 유치원에서 ‘놀기만 한다’는 이유에서 다시 사립으로 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사립은 교육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일선 유치원에서도 교육 당국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요청한 상태다. 유 원장은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뿌리’나 다름 없다”며 “정부에선 한사협처럼 입맛 따라 조율하고 있는데, 뿌리에게 원하는 게 뭔 지 들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사용, 수익, 처분 등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달라”며 “유치원 3법의 경우 겸직 금지 조항이 있는데 소규모 유치원에 원장이 따로 있고 설립자가 따로 있나. 시행령은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원장은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에 대해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를 받는 게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성하 한유총 정책위원은 “개학 유보 참여는 각 유치원 판단에 맡긴다”며 “폐원 검토 또한 각 유치원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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