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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공포]경유 화물차주 "정부가 생계 막나?"

기사등록 : 2019-03-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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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불통 정책에··· 노후 경유차주 '울상'
중국발 미세먼지부터 해결 해야 한다는 의견도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007년식 경유차량을 끌고 다닌다는 권모(62)씨는 최근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두고 "경유차주들은 없는 형편 조금이라도 아끼며 살려고 경유차를 타는 것"이라며 "서민을 위한다는 위정자들이 미세먼지를 빌미로 없는 사람들만 더 괴롭힌다"고 답답해했다.

◆ 정부의 불통 정책에··· 노후 경유차주 '울상'

최근 정부가 시행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을 두고 경유차주들 사이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만큼 미세먼지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차량 운행을 무조건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내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에서 정부가 애꿎은 서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일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르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경우 총 중량 2.5t 이상인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서울 내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고, 위반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매연 내뿜는 경유차 [사진=김학선 기자]

미세먼지 특별법의 가장 큰 피해자는 평소 노후 경유차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화물업 종사자들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화물차주들은 사실상 밥 굶으라는 소리"라며 "갑작스러운 운행 중단으로 업무에 차질이 생겨 업체들로부터 괜한 욕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물차 가격이 한두 푼이 아니라 쉽게 팔 수도 버릴 수도 없다"며 "국토교통부에 항의해도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경유차 제한 정책이 앞으로 확대된다고 하는데 더 절망스럽다"며 "왜 모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일반 경유차주들 역시 불만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중고로 경유차를 구매해 5년 동안 1만km도 타지 않았지만 매년 환경부담금을 내고, 2년마다 종합검사도 받고 있다"며 "좋은 취지라고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노후 경유차주를 징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 "중국발 미세먼지부터 해결 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한다고 해서 국내 미세먼지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은 노후 경유차가 아닌 국외에서 유입된 고농도 미세먼지라는 분석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최근 동풍을 따라 서해상으로 나간 미세먼지가 다시 북서풍과 함께 국내로 들어오면서 2차 오염이 더해졌다"면서 "기상적인 요인으로 풍속이 급격히 낮아져 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들어와 오염효과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바라본 서울타워가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9.03.04 pangbin@newspim.com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다양한데 경유차 소유주에게만 부담을 집중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경유는 생계형 자영업자, 화물차가 이용하는 서민 필수 연료이므로 세율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올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과태료는 10만원이지만 유예기간 이후 위반할 경우 과태료 20만원을 물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등록된 차량 약 2300만대 중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약 269만대다. 이 중 경유차는 266만대에 달한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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