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는 5~11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젠더의식을 주제로 한 시각예술 작품이 선을 보인다.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남화연, 정은영, 제주도 출신의 덴마크 국적 제인 진 카이젠은 움직이는 신체와 소리, 빛의 향연이 촉발하는 감각적인 오디오비주얼 설치물로 세계인들의 미술 축제를 풍성하게 꾸민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은 5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각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를 더 생생하게 접할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김현진 감독, 정은영,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아울러 "이를 더 현실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다. 오늘날 끊임없이 세상에 새로운 균열을 추구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활동은 지난 한 세기 역사를 규정한 서구·남성중심 범주를 반성하게 할 비판적 젠더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운 시각적 서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는 랄프 루고프 총감독이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를 올린다. 한국관 전시 주제는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다.
한국관 주제는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에서 빌려왔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각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역사'로부터의 억압이나 시련에도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촬영 김익현 ⓒ남화연 |
본 전시와 한국관 전시의 관계에 대해 김 감독은 "본 전시 제목이 말하는 건 오늘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저희 전시도 그와 함께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역사적 규범, 이런 걸 규정한 주체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역사는 서구 중심, 동시에 남성의 언어 중심으로 규범화돼 있다. 이에 대해 질문하고 규범을 인식하며 새롭게 써나갈 역사는 무엇인지 근대화를 반성적으로 사고하며 던질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랄프 루고프 총감독은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 관장이며 서구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남성 관장이다. 중요한 큐레이터로 진보적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저희는 이에 반박하는 포지션을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2019, 비디오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 정은영 |
한국관 전시는 리서치에 기반한 작품을 통해 한국·동아시아 역사의 오랜 지층을 파고드는 다양한 비디오 서사를 펼쳐낸다. 참여작가 3인은 춤, 안무, 소리, 리듬, 제례의식 등 다양한 퍼포먼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시청각적 구현이 돋보이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남화연은 식민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 파격적이고 남다른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 '이태리의 정원'(2019)을 공개한다.
정은영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 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을 준비한다. 제이 진 카이젠은 바리설화를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 제인 진 카이젠 |
정은영 작가는 "제가 하는 리서치는 여성극이라는 잊힌 역사다. 잊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역사를 복원하거나 소환할 때 어떤 식의 방법론을 써야할지 고민했다. 더 화려한 시각성으로 강조할지, 다른 감각을 소환할지, 존재하는 감각을 강조할 지 등"이라고 첨언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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