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6일 보석 허가를 받으면서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조건부 석방된다. 재판부는 “무죄 석방이 아니며 특히 허가 없이는 자택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는 자택 구금 상태에 놓이게 됨을 명심하라”고 명령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부 변경 후 재판을 갱신하는 첫 절차를 갖고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월 31일 청구한 보석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하는 이른바 ‘병보석’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재판부 변경과 핵심증인의 불출석 등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하는 보석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이 구성돼 구속만기일인 오는 4월 8일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 등 심리를 다 마치지 못한 증인의 숫자를 감안할 때 최종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판결까지 선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보석 인용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검찰은 석방 후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이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오히려 완전히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돼 주거제한이나 접촉제한 조건 등을 부과할 수 없다”며 “구속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 보석을 허가하면 임시 석방하는 것일 뿐 구속 효력은 유지되고,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언제든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구치소에 구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03.06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 측에 부과한 조건은 △10억원의 보석 보증금 납부 △자택 주거 제한 △직계가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 제3자 통신·접견 금지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은 앞서 보석을 청구하며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주거지로 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위중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자택에만 머물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논현동 관할의 강남경찰서는 1일 1회 이상 이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법원에 통지해야 한다. 또 병원에 갈 때도 외출제한 일시해제 신청을 통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도 이 전 대통령은 일주일에 1번씩 ‘보석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시 보석을 취소하고 바로 재수감되거나 20일 이하의 감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10여분간 상의한 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나를 증거 인멸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전직 대통령일수록 모범을 보여달라는 뜻으로 가혹한 조건을 건 것 같다고 설명하자 이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초 종전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료일 이전에 재판 절차를 모두 끝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보석 결정으로 재판은 더 길어지게 됐다.
특히 재판부는 ‘폐문부재(閉門不在·거주지 문이 닫혀있어 전달하지 못함)’로 증인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거나 소환에 응하지 않는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에 대해서도 증인 신문을 진행할 것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우리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증인들의 이름과 증인신문기일을 공지하도록 하겠다”면서 “그럼에도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 구인 영장을 발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오후 2시5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15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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