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2014년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카드사들이 대표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하급심 판결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이범균 부장판사)는 7일 강모 씨 외 467명이 농협은행 주식회사와 신용정보 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2차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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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 농협은행 측은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이 아직 선고가 나지 않았다”며 “해당 사건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사건 결과를 지켜보자”며 “다음 재판 기일은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는 주장은 지난 5일 유모 씨 등 2134명이 KB국민카드를 상대로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에서도 나왔다.
당시 KB국민카드 측은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인 신문이 충실하게 이뤄진 소위 대표 사건이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라며 “대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대표사건이란 강모 씨 등 1997명이 개인 정보를 유출한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은행을 비롯해 신용정보 업체 KCB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4월 5일 대법원 민사 1부에 배당돼 그 다음날부터 법리검토가 시작됐으나 약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관련 대법원 판결 사례는 이미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KB국민카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보유출 피해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을 심리했던 하급심 재판부는 “KB국민카드가 보안프로그램 설치 의무, 단말기에 이용자 정보를 보관·공유하지 않을 의무 등을 다하지 않아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사진=KB국민카드] |
이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심리하는 하급심 재판부들은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 측은 대표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하급심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가 진행한 재판과 달리 대표사건은 비교적 오랜 기간 심리하고, 다수의 증인 신문이 이뤄져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 측 소송 대리를 맡은 이흥엽 변호사는 “정보유출 사건이 사람들 기억에서 없어지길 바라며 시간을 끄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의무를 다 했다는 카드사 측 주장에 대해 “해당 사건은 직원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꽂아서 쉽게 정보를 빼낸 것”이라며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은행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 측 소송 대리를 맡은 유철민 변호사는 “KB국민카드 사건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고 추후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어서 빨리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항소·상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항소·상고 비용은 물론 배상 금액의 지연이자도 있는데 왜 그런 주장을 계속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농협은행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KB국민카드 사건과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경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는 2014년초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 총 1억400만건이 유출된 사건이다.
신용정보 업체 KCB의 직원이었던 박모 씨가 카드사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보안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PC로 개인정보를 대출중개업체에 빼돌리다가 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는 고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카드번호 등 총 20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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