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는 4월 대한항공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친 항공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현재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게 된 것도 조 회장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큰 몫을 했다.
조양호 회장 [사진=대한항공] |
특히 올해 대한항공의 창립 50돌까지 맞아 조양호 회장의 남다른 경영 리더십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에 오른 이후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으로 대한항공의 발전을 이끌어온 바 있다.
외형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2018년 기준 대한항공 매출액은 12조6512억원으로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회장 취임 전 해인 1998년 매출 4조5854억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
자산 또한 1999년 7조8015억원에서 24조39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유 항공기 대수는 113대에서 166대로, 취항국가 및 도시 숫자는 27개국 74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성장했다.
조 회장의 리더십은 대한항공이 단순히 외연 성장만이 아닌, 질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닮고 싶어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게 했다.
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는 동맹체로 재편되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아메리칸항공이 ‘원월드’라는 항공동맹체를 만들자, 조양호 회장은 델타항공과 손을 잡고 스카이팀(SkyTeam)을 만들기로 했다. 직접 델타항공에 동맹체를 제의하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에어프랑스 회장에게 직접 찾아가 뜻을 같이 하자고 한 것.
이에 따라 2000년 6월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가 참여한 스카이팀이 만들어졌다. 2000년 10월과 2001년 7월 체코항공과 알리탈리아가 각각 가세하면서 동맹체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알리탈리아의 경우 당초 원월드에 가입할 생각이었지만, 조 회장의 직접 알리탈리아 회장에게 영입을 제의해 성사시켰다.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을 스카이팀 회원사로 영입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신규 스카이팀 회원사들을 위해 업무 표준화와 기술 자문을 통해 스카이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 글로벌 동맹체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대한항공이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위기는 곧 기회’... 과감한 항공기 도입과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강화
항공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다. 그리고 유가, 환율, 금리 등 외생 변수에 대한 민감도도 아주 높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은 항공산업에 있어 크나큰 위기였다. 2001년 9·11 테러, 2003년은 이라크 전쟁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잇따라 터진 악재 속에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구조조정, 항공기 주문 축소 등 최대한 움츠린 경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달랐다. 이와 같은 항공산업의 위기를 오히려 항공기 도입의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기 때문. 나중에 경기가 회복될 때 맞춰 항공기를 제 때 들여오지 못한다면, 이 것이 진정한 위기라고 봤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2003년에는 A380 초대형 차세대 항공기를, 2005년에는 보잉787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연이어 결정했다.
대한항공 50주년 기념행사 [사진=대한항공] |
이와 같은 조양호의 예견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미래의 경기 전망, 항공 수요, 시장 판도를 정확히 읽었던 조양호 회장의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적시에 차세대 항공기들을 도입한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갈 수 있게 됐다.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항공시장 흐름 예측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대한항공 50년 역사도 가능했다”며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들의 잇따라 무너졌던 위기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 또한 한번 받지 않고 무한 경쟁을 이겨내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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