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현대건설이 대형 건설사 중 처음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중간배당을 추진한다.
현대건설의 중간배당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재무구조 개편을 앞두고 소액주주들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건설경기 부진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가 줄어든 만큼 회사가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바꿨다는 시각도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15일 중간배당의 정관 변경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중간배당 금액과 발표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간배당 한도 증액은 주주 친화적 방안"이라며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배당재원이 실제로 증가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현대건설의 작년 잉여현금흐름이 1년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잉여현금흐름은 회사의 배당재원을 추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작년 한 해 잉여현금흐름은 67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17% 감소했다. 이 때 잉여현금흐름은 세후 영업이익과 유무형자산 상각비를 합친 금액이다.
현대건설의 작년 영업이익과 영업창출 현금흐름도 후퇴했다. 재무제표를 보면 현대건설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39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8% 감소했다. 연초 전망치에 비해 23.6%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창출 현금흐름은 6786억83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18% 줄었다. 이 금액은 영업이익에 비해서도 1612억원 이상 적다.
영업창출 현금흐름은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뜻한다. 한 회사의 영업창출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그 회사 현금유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기업 재무제표에서 영업창출 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크게 적으면 이익은 있지만 실제 돈은 안 들어온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 기업 영업이익에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이러한 실적 악화에도 중간배당을 증액하는 것은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재무구조 개편을 앞두고 주주들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건설의 주요 주주는 현대자동차(지분율 20.95%), 현대모비스(지분율 8.73%), 기아자동차(지분율 5.24%)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 루이스의 반대로 지난해 5월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10년 이상 감사업무를 담당한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이 재무구조를 개편하려면 주주들 동의를 얻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이번에 주주친화적 정책을 펴는 것에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건설경기 부진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가 줄어든 상황에서 회사가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관측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총 투자금액은 지난 2017년 3025억원에서 작년 827억원으로 72.6% 급감했다.
한 회계사는 "현대건설의 전체 자산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로 적지 않다"며 "국내 건설경기 위축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가 (신규투자 대신) 배당을 늘려 주주환원에 나서는 방향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