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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승리·정준영 카톡’ 우선 확보…‘판도라 상자’ 여나

기사등록 : 2019-03-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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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경찰 아닌 검찰에 수사 의뢰…카톡대화내용 등 제출
박상기 법무부 장관 “버닝썬 사건 검찰에 이첩”
검찰, 경찰 유착비리 증거 확보 여부 ‘주목’…경찰 수사대상 되나
법조계 “검경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이 성접대·몰카 등 의혹에 휩싸인 그룹 빅뱅의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국민권익위로부터 우선 확보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품에 안았다. 검찰이 현재 진행되는 경찰수사를 지켜보는 가운데 품에 안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현안으로 걸려 있는 와중에 '경찰 사정'에 나설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 클럽 버닝썬·승리 등과 연루된 경찰 유착 의혹의 수위에 따라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경찰이 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 추이가 주목된다.

◆'칼 벼르는' 검찰..일어설 준비 끝

대검찰청은 1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한 서울 강남 유흥업소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사건 포함해 승리와 정준영 관련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11일 경찰과 클럽 버닝썬 간 유착 의혹에 대한 부패행위신고와 정준영 의혹 관련 공익신고 등 두 건에 대한 내부 검토보고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빅뱅 승리(왼쪽)과 정준영 [사진=뉴스핌DB]

권익위는 승리의 성접대 정황과 정준영의 불법 촬영 및 유포 정황,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의심할 만한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특히 논란을 빚고 있는 카톡 단체대화방의 대화 내용이 담긴 파일과 정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파일 등이 저장된 이동식저장장치(USB)가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권익위가 관련 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권익위 측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차원에서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이 아닌 검찰에 자료를 넘긴 것은 신고자인 방정현 변호사가 신고 사실과 그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고 신고 내용에 경찰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권익위의 수사 의뢰로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보다 수사 핵심 자료를 우선 확보하게 됐다.

핵심은 권익위가 경찰의 부패 행위를 의심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긴 상황에서 이들 자료에 실제 경찰 유착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포함됐는지 여부다.

승리와 정준영, 그룹 에프티아일랜드(FT ISLAND) 멤버 최종훈 등이 들어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는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실제 경찰총장이란 직함은 존재하지 않지만 대화 시점을 고려하면 당시 경찰 수장이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검찰총장을 경찰총장으로 잘못 표기한 것 아니냐며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번 사건에 경찰 윗선 또는 그 외 정관계 관계자 등이 연루됐다는 증거를 입수할 경우 수사는 경찰 고위직 등으로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내부적으로 특별수사본부 등 형태로 별도의 본부나 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수세에 몰린 검찰이 경찰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리 경찰’ 프레임을 앞세워 경찰에 수사권을 넘길 때 발생될 수 있는 문제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09 yooksa@newspim.com

◆경찰 위기..검찰, 전면전 시작할까

경찰로서는 이같은 상황이 ‘위기’다.

민갑룡 청장은 경찰 고위층이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13일 “수사팀 뿐 아니라 감사관실 내부 비리수사대 등 감찰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감찰해 나가고 어떤 비위나 범죄가 발견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해 나가겠다”고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혔다.

민갑룡 청장은 14일에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히의에 참석해 버닝썬 논란에 대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주축으로 126명 규모 수사팀을 꾸려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검찰이 '제식구를 내칠 수 있느냐'는 경찰의 수사를 명분으로 본격적으로 '경찰 제압작전'에 나서는 동시에 자치경찰제및 경찰에 수사권을 위임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실시되면 경찰의 비리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로 전면전을 시작하면 경찰로서는 '위기 그 자체'라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군사정부 등을 거치면서 '경찰=비리 지수 높은 집단'로 각인된 국민들 머릿속에 검찰 수사로 경찰 이미지가 더욱 훼손된다면 수사권 조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경 전면전 가능성 낮다는 시각도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실제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사 지휘 체계와 절차가 있고 청와대와 박상기 장관이 이미 검경을 상호 협력관계로 규정해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독단적으로 경찰과 전쟁을 선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에 몸담았던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같은 건에 대해 당장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대놓고 싸우자는 얘기”라며 “검찰로서도 이런 모습으로 안팎에 비춰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상황을 고려해 검찰이 이를 지휘하는 방향으로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실제 검찰은 아직 권익위가 제출한 자료를 열어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이 우선 권익위가 제출한 내부 보고서를 검토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한 만큼 조만간 사건을 담당한 부서에서 본격적인 자료 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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