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문화

[컬처톡] 원작보다 강한 울림과 여운…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기사등록 : 2019-03-14 17:0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동명 드라마 원작, 위안부·독립운동·제주 4.3사건·6.25 전쟁 다뤄
여옥, 대치, 하림 외에 앙상블 모두 열연하며 깊은 감동 선사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윤여옥은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중국 난징으로 끌려가 조선인 학도병 최대치와 사랑에 빠진다. 아이를 갖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둘은 이별한다. 사이판에 흘러들어간 윤여옥은 위생병 장하림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살아남는다. 이후 최대치는 인민군, 윤여옥과 장하림은 미군을 도우며 독립운동을 한다.

해방 후 윤여옥의 소식을 알게된 최대치가 찾아오고, 위험을 피해 제주에서 삶을 꾸리지만 4.3사건으로 아이를 잃고 다시 헤어진다. 이후 공산당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여옥은 사형선고를 받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며 석방된다. 전쟁 중 세 사람은 극적으로 지리산 한켠에서 재회하지만 하림을 남겨둔 채 죽음을 맞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박민성(왼쪽)과 김지현이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은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그린다. 이를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극이다. 2019.03.07 leehs@newspim.com

1991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무대에서 재탄생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연출 노우성)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대서사를 160분간 충실히 담아낸다. 장르적 특성과 한계로 축약하면서 드라마와 다르거나 구멍난 부분도 있지만, 그 시절 아픔과 메시지를 담아내기는 충분하다.

극에는 일본군 위안부, 학도병, 일본의 생체실험, 독립운동, 4.3사건, 6.25전쟁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한 상황들이 흘러간다. 실재했던 일이고, 우리의 역사이기에 가볍게 그릴 수 없는 이야기. 이 모든 사건들이 여옥, 대치, 하림 세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버무려진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곁들여지면서 너무 버겁지 않게 전달된다.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가치를 빛낸다. 주인공 김보현(대치), 문혜원(여옥), 테이(하림) 외에도 독립운동가인 여옥의 아버지 윤홍철, 조선인 학도병 권동진과 그의 모친, 최두일, 김기문 등 23명의 앙상블 모두가 최선을 다해 그 시절 온몸으로 아픔을 겪어낸 인물로 변모한다. 끊임없이 맞고, 투쟁하고, 죽고, 슬퍼하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의 열연은 주인공보다 강렬하고 비장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은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그린다. 이를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극이다. 2019.03.07 leehs@newspim.com

사실 작품은 제작비 투자사기를 당하며 개막이 3주 연기되고, 원래 계획과 많이 틀어지게 됐다. 대극장임에도 이례적으로 무대 위 객석(나비석)을 설치, 특수 무대효과를 포기했다. 최소한의 소품과 배경 설명에 도움을 주는 영상, 그리고 MR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도 됐다. 무대에 함께 오른 관객들은 배우의 열정과 치열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됐고, 단순해진 무대 연출은 오히려 연기와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매 순간 배우들에게 맞춰주는 오케스트라와 달리 MR을 사용하기에 매 공연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감정, 호흡, 템포를 배우들이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조절해야 한다. 끝까지 치닫을 수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알지만 결국 라이브라는 공연의 매력을 떨어뜨킨다. 또 객석별 시야 방해가 꽤 많다. 제작사 측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우 저렴한 티켓가격을 제시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나비석으로 관람하길 추천한다.

극은 원작 드라마의 명장면도 충실히 살렸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철조망 키스신이 무대 위에 구현되며, 지리산에서 재회한 세 사람의 최후가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작품은 원작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한국인이라면 울컥할 수밖에 없는 감정, 눈물과 공감을 통해 진한 여운을 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테이가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은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그린다. 이를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극이다. 2019.03.07 leehs@newspim.com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대치)
"내가 바랐던 것은 그저 함께 하는 거였어요." (여옥)
"행복하나요, 기다리던 그 사람 곁에서." (하림)
"나는 좌도 우도 아닌 조선 사람이야." (윤홍철)
"어떻게 형제에게 총을 겨누니."(동진 모)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 현재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존중받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에는 언제나 두 가지 선택지 뿐이었다. 조선과 일본, 미국과 소련,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생(生)과 사(死). 과거 우리 선조들은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썼고, 죽음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선택이었든, 결국 우리는 하나였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4월 14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