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해외부동산에 대한 금융투자사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이들에게 해외부동산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중 하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은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고, 후발주자인 중소형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며 추격중이다.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전략과 현황,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대체투자 규모가 커지자 금융투자사(금투사)끼리 컨소시움을 맺어 공동인수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단독 금융주관사로 투자를 집행할 경우 셀다운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이익이 훨씬 크지만 추후 미매각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IB업력이 짧은 중소형사들은 비용 절감과 트랙레코드 확보를 위해 컨소시움을 결성하기도 한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대다수 금투사들은 대체투자를 진행하면서 자산운용사, 혹은 자산신탁사와 손을 잡는다. 금투사가 자기자본을 이용해 자금을 태우면 자산운용사나 신탁사가 건물에 대한 운영관리와 임대차계약 등을 담당한다. 특히 해외부동산의 경우 현지 운용사와 합작하면 현지 셀다운(인수후 매각)까지 용이한 장점이 있어 대부분 선호한다.
이처럼 업권 별 역할분담이 확실하지만 최근 대체투자 영역과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합종연횡'이 많아졌다. 지난해 삼성증권과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참여한 컨소시움이 프랑스 덩케르크 항구에 있는 LNG터미널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 컨소시움은 프랑스 전력공사와 에너지그룹 토탈이 보유하던 1조5000억원 상당의 LNG터미널 지분 75% 중 39.24%를 인수했다. 국내 금투사 컨소시엄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각각 900억원을 들여 런던 캐논브릿지하우스 빌딩을 매입했다. 당시 1730억원을 각각 절반씩 투자하고 현지 대출을 진행해 총 3700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리조트 개발사업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복합 리조트 개발사업에 1700억원 규모의 중순위 투자를 함께 집행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각각 300억원을 담고 나머지 1100억원은 국내 기관들에게 셀다운을 통해 조달했다.
올해 초에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첫 북유럽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 본사 건물로 지분 투자액 950억원을 각각 절반씩 출자한 것. 여기에 1200억원 규모의 현지 대출을 끼고 총 2150억원 규모의 자금 집행이 이뤄졌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는 영국 철도 인프라 업체를 공동으로 인수하는 딜을 추진중이다. 이들 컨소시움은 지난달 말 영국 철도 운송 리스업체인 XLT 지분 33.3%를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영국 쓰리아이(3i) 인프라펀드와 지멘스벤처스 컨소시엄 보유분을 약 5100억원에 가져가는 내용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본사 [사진=aipasset] |
한 대형사 IB담당 임원은 "누가 봐도 우량한 물건이라면 단독 인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공동 인수를 하게 되면 수수료도 나누고 전략적으로도 마음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다만 거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추후 미매각 우려 등 리스크를 고려해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기자본이 적은 중소형사의 경우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한 중소형사 IB영업 담당자는 "대체투자 딜은 금액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사 단계에서부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자금만으로 진행하긴 역부족이다. 컨소시움을 통하면 모든 비용을 공동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업력이 짧아 시장에 평판이 없는 금투사들이 공동인수를 진행하면서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나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중소형사 IB 담당자는 "시장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소형사의 경우 딜을 따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인지도를 쌓아가는 측면도 있다"며 "전문인력이 늘어나면서 딜에 대한 평가 검증도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금융주관사들의 대체투자 컨소시움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IB들의 해외 대체투자 러시가 이어지면서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박기호 NH투자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상무는 "국내 자본들이 해외 물건들에 눈을 돌리면서 결국 우리끼리 경쟁하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가격을 올려 자산을 비싸게 사오는 것은 결국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가격을)질러놓고 중간에서 딜이 엎어지는 경우도 많아져 거래에서 아예 한국투자자들을 배제해 버리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국내 IB가 도약하려면 컨소시움을 형성해서 연합으로 인수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짚었다.
또다른 대형 금투사 IB 관계자 역시 "대부분 시장의 딜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결국 국가적 손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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