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4.3 보궐선거에 여·야 대표들이 직접 캠프를 차리며 총력전에 나섰다.
경남 창원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2군데서만 치러지는 미니 보궐선거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늘어나면서 자유한국당을 애타게 했던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치러져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민주당·한국당 대표들에게는 내년 총선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미리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현실화할 출발점이다. 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계 입문 43일 만에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이 ‘대안 부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창원 성산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여서 진보 진영은 노회찬 정신 계승을,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 심판과 정권교체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난 주말 둘러본 창원 성산의 승리 키워드는 기계산업과 단일화였다.
창원 성산구 한 사거리에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규희 기자> |
◆ 황폐화된 창원 경제...문 정부 ‘아킬레스건’ 산업단지 부활 적임자는 "나야, 나"
창원은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창원에는 수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LG전자, 한화테크윈 등 대기업 생산기지가 몰려 있다. 또한 1·2·3차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계와 연결된 소상공인들이 모여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는 창원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것을 제1공약으로 내세우고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권민호 민주당 후보는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권 후보는 “제일 큰 문제는 창원 경제가 많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창원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4년간 1조 2000억원 예산을 과감히 투자할 계획이다. 스마트산업단지가 조기에 제대로 구축이 되어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1만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도 “창원 경제가 완전히 몰락하고 있다. 인기영합주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에너지정책은 다른 대체 에너지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을 때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전 세계 원전에서 최고인데 탈원전 때문에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역시 “문제는 경제다. 창원은 군산 못지않은 지역이다. 러스트 산업, 창원 산단 내 많은 중견,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며 “기업 활동이 어렵다 보니 지역경제가 위축됐다. 소상공인들의 세금은 느는데 소득은 준다. 자연스럽게 집값도 내려가고 지역이 작아진다”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창원 기계산업 부활을 위해 소재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 후보는 “기계산업은 소재가 우수해야 한다. 소재 혁신 없이는 창원공단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든 뭐든 간에 공단을 혁신시킬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창원기계공고, 창원대, 창원공단을 연결하는 산학연 클러스트를 만들고, 중기적 플랜으로는 창원시 전체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는 통일경제특구 지정을 제시했다.
그는 “창원은 잘 아시다시피 공단지역이다. 창원의 미래 발전을 생각했을 때 스마트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울러 남북이 평화번영의 시대가 올 것이라 본다면 이에 대비해야 한다. 창원을 통일산업 경제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의원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 민주당·정의당·민중당..."단일화 못하면 필패", 합의 여부가 관건
악화된 경제 현안 못지않게 선거 구도 측면에서 창원성산 선거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단일화가 승패를 가를 승부수다.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며 지난 19대부터 새로 구성된 창원 성산 선거구는 단일화가 승부를 갈랐다.
19대 국회에서는 강기윤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49%의 득표를 하며 승리했다. 손석형 당시 진보당(현 민중당) 후보가 43.8%, 김창근 당시 진보신당(현 정의당) 후보가 7.2%로 갈라진 것이 중요한 변수였다.
20대 선거는 반대였다. 노회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노 의원이 51.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재선에 도전한 강기윤 의원은 40.2%를 얻었고, 당시 안철수 돌풍이 불었던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현 바른미래당)는 8.3%를 획득했다. 갈라진 쪽이 패배했다는 의미다.
통상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정권 심판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단일화 요구가 큰 쪽은 진보 진영이다. 특히 민주당(권민호 후보), 정의당(여영국 후보), 민중당(손석형 후보)이 모두 후보를 냈다.
3당 모두 이번만큼은 양보가 어려운 절박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극복을 포함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켜야 한다. 정의당은 노 의원 보궐 선거이다 보니 노회찬 정신 계승은 숙명이며, 창원 지역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입김이 강력한 민중당은 이번에는 우리 차례라는 입장이다.
손석형 후보는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 민중당과 정의당이 단일화 하면 당연히 이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과의 단일화에도 긍정적인 정의당을 향해 “진보 단일화가 먼저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그만두고 돌아오라”며 “진보정치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다.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집권당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여영국 후보는 민중당이 지나치게 자당 입장이 강하다며 다소 답답함을 내비쳤다.
여 후보는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는 유권자들한테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 되어야한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주장했다. 그러나 민중당은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슬로건 하에 민주노총 총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발씩 물러서서 반반하자고 했지만 민중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몸이 달아있기는 마찬가지다. 권민호 후보도 “매번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마다 민주진보 진영에서 판짜기를 해왔다.
진보진영에서 2~3명이 난립하면 떨어지는 구도”라며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 경남을 보수진영에 넘겨줄 수 없다. 때문에 3자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민중당이 거절해 현재 정의당과 양자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이다. 만약 단일화 후보가 된다면 민중당을 다시 한 번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