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세 번째 표결을 실시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브렉시트의 운명이 다시 한 번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21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공식 요청하기 전에 20일(현지시간)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향후 이틀간 EU 측과 만남이 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안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브렉시트는 다시 불확실성의 늪으로 들어섰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18일 B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버커우 의장은 정부가 합의안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세 번째 표결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통과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 같은 회기에 재표결을 실시할 수 없다는 게 의회법이라는 것이 버커우 의장의 설명이다.
브렉시트 시한인 29일이 11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버커우 의장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주 영국 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영국이 EU를 합의없이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하기로 하고 정부가 20일까지 합의안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오는 6월 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다만 의회가 20일까지 정부의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브렉시트는 더 오래 연기될 수 있다.
버커우 의장은 지난주 부결된 메이 총리의 두 번째 합의안이 첫 번째 버전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표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세 번째 표결을 원하면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오는 21일 브뤼셀에서 브렉시트를 어떻게 진행할 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영국 정부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게 EU의 공식 입장이다.
BBC는 버커우 의장의 이번 개입이 브렉시트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기 위해 나머지 EU 27개국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합의안에 대한 세 번째 표결이 진행되지 못하면 메이 총리는 오는 21~22일 EU 정상회의에 사실상 빈손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날 버커우 의장의 결정에 메이 총리 등 정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정부 합의안에 두 차례 반대했지만 세 번째 표결에서는 찬성할 예정이었던 제임스 그레이(보수당) 의원은 버커우 의장의 결정에 매우 분노한다고 밝혔다.
반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버커우 의장의 개입을 환영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오웬 패터슨은 버커우 의장의 결정이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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