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치경찰제'가 버닝썬 사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5개 시도 시범 실시 후 2021년 전국 확대가 목표지만, 법안 통과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일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 서울·제주·세종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하기로 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자치경찰제 도입의 근간이 되는 의원입법을 발의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은 자치경찰이 △성·가정·학교 폭력 수사 △자치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수사 △뺑소니, 사망, 교특법상 12개 중대사고 등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밝힌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밑그림과 맞닿아 있다.
조 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조직의 비대화에 대해 "(경무관급 이상) 고위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바로 수사함으로써 견제할 수 있다"며 "그 다음 경찰의 규모를 자치경찰제도로 분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경찰의 여러 권한 중 교통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자치경찰로 떼어주는 것"이라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 분리로 조직 비대화를 막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 멤버 승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9.03.14 leehs@newspim.com |
하지만 '자치경찰제' 도입은 버닝썬 사건의 유탄을 맞으며 입지가 약화된 상태다. '승리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지칭된 윤 모 총경 등이 범죄 혐의가 있는 연예인들의 뒤를 봐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버닝썬 사건 전부터 자치경찰제 도입 뒤 지역 유력 인사, 의원 등 토호들과 지역 경찰의 유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우가 현실이 되자 '자치경찰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야당에선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하겠다는 것이냐. 지방 토호세력과 경찰이 더 밀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치경찰제 도입'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장관이 버닝썬 사건 관련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만큼 납작 엎드린 상황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전날 긴급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연예인·자산가 등 일부 특권층의 마약, 성폭력 등 반사회적 불법·탈법 행위와 함께 경찰과의 유착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다”며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할 일부 경찰관과 유착 의혹까지 불거진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당초 청와대와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합의할 때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검경 수사권 도입이 검찰·경찰의 이해관계를 넘어 정치권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검·경 수사권조정법 등을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이 자칫 야야 정치공방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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