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조 달러 규모의 보유 자산 축소도 5월부터 서서히 줄여가 9월에는 종료할 계획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과 보유 자산 축소의 종료를 사실상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전문가 대부분의 예상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시장은 연준이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갖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결정은 FOMC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목표가 확장과 양호한 여건의 경제를 지속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통화정책이 대체로 ‘중립적’(neutral)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통화정책 변경을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위원회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겠다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내심을 갖는 것이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 비둘기 본색 드러낸 연준 “올해 금리 인상 없다”
이날 연준은 향후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공개했다. 연준이 제시한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2.4%, 내년과 2021년 각각 2.6%였다. 여기에는 올해 금리 동결과 내년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019년 전망치 2.9%보다 0.5%포인트 낮아진 결과다. 결국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연준이 올해 동결로 기조를 선회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장기 금리 전망치를 12월과 같은 2.8%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해 긴축되고 있는 금융 여건이 이 같은 금리 전망치 변경의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정책 성명서에서 고용시장이 계속 강했지만 경제활동이 지난해 4분기 탄탄한 속도에서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가계지출과 기업의 고정 지출 역시 1분기 둔화했다고 판단했다. 전반적인 물가상승률도 내려갔는데 연준은 이것이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연준은 오는 5월부터 월 300억 달러 규모의 보유 국채 축소 상한선을 150억 달러로 줄이고 공개시장계정(SOMA)의 보유 자산 축소를 오는 9월 종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원회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보유 축소는 9월 이후에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보유 자산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이 원활하고 예상 가능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대규모 보유 자산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연준의 부채에 대한 요구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준은 올해 경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2월의 2.3%에서 2.1%로 낮아졌고 내년 전망치 역시 2.0%에서 1.9%로 내려갔다. 2021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 장기 성장률 예상치는 1.9%로 각각 유지됐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2.1%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탄탄한 성장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고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가 주의를 요한다고 언급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3.5%에서 3.7%로 높아졌으며 내년 실업률 예상치와 2021년 전망치 역시 각각 3.6%에서 3.8%, 3.8%에서 3.9%로 올라갔다. 다만 장기 실업률 전망치는 4.4%에서 4.3%로 내려갔다.
물가는 예상보다 더디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해 1.8% 오를 것으로 전망됐으며 내년과 2021년 각각 2.0%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물가지수 전망치는 올해부터 2021년 2.0%로 유지됐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연준 점도표.[그래프=연준] |
◆ 시장 “다음 연준 행보는 금리 인하”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뒀지만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준이 당초 올해 두 차례 인상을 예고했지만 결국 동결로 선회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연준의 발표 후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8% 내린 95.75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8bp(1bp=0.01%포인트) 하락한 2.539%로 201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물과 3개월물 간 차이는 6bp를 기록했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의 척 탐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세계 많은 통화 대비 달러화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연준은 올해 동결,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해 비둘기파적 기조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다음 기준금리 변경이 내년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기스의 마이클 피어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경제 성장 및 기조 물가상승률 하향 수정치 역시 너무 낙관적이라고 본다”면서 “경제 성장률이 올해 2%의 잠재 성장률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는 조만간 관심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어스 애널리스트는 이어 “시장은 이미 2020년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내년 상반기 75bp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FTN 파이낸셜의 크리스 로 애널리스트는 “다음 변경은 금리 인하일 수 있다”면서 “금리가 긴축 이후 상당 기간 유지되면 다음 움직임은 거의 항상 인하”라고 강조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