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싱겁게'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 대부분이 현대차와 모비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애초 8조원이 넘는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현금배당을 비롯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현대차 이사회가 주총에 상정한 안건에 대부분 동의를 권고했다. 다만 이사 선임 안건은 앞서 권고안을 발표한 글래스 루이스가 현대차 이사회 안에 모두 지지의사를 표명했으나, ISS만 현대차와 엘리엇 양측의 제안을 일부씩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두 의결권 자문사는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대부분 회사측 안에 동의했다. 현금배당을 비롯한 재무제표 승인은 모두 회사측 안건에 찬성했다. 사외이사의 경우엔 회사측과 엘리엇이 제안한 인사 모두 찬성 권고를 내렸다. 글래스 루이스는 다만, 만약 이사회 정원을 9명으로 유지하게 된다면 회사후보 2명은 찬성, 주주추천 후보 2명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측 제안은 모두 찬성, 엘리엇 제안은 모두 반대 권고했다.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선 회사측 안에 ‘찬성’, 엘리엇 제안에 ‘불행사 권고’하며 실질적으로 회사측 안을 추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모비스에 대해서도 현대차와 동일하게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회사측 안건에 모두 찬성, 엘리엇 제안에 모두 반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면서 “주주제안자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엘리엇이 제안한 이사 후보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해상충과 기술 유출, 경영간섭 가능성이 엘리엇이 주장하는 다양성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제안한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 모비스에 제안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임원을 맡고 있어 기술 유출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 |
여의도 증권가도 현대차와 모비스측안 대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차에 요구한 배당이 4조5000억원인데, 이는 현대차 지난해 당기순익의 3배가 넘는 규모"라며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엘리엇의 뻔한 의도가 보이는 고배당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언론 보도대로 현대차와 모비스측에서 올린 안건대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결권 자문사들 의견도 이미 다 나왔고, 특별히 엘리엇 편을 들어준 곳이 없기 때문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이후 엘리엇의 행보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하는데, 엘리엇이 또 다시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 현재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중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주주총회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엘리엇과의 표대결 승리 이후 자신감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 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주관사들과의 실무논의 등 물리적인 시간 등을 감안할 때 5월 이후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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