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수출입은행이 국내 지점과 출장소 폐쇄 계획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을 것이냐'는 지역사회와 국회의 강한 반발에 수은이 재검토 입장을 피력하며 한발 물러선 양상이다.
수출입은행 본점 전경.<사진=수출입은행>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빠른 시일내에 경남 창원지점을 비롯해 구미·여수·원주 출장소의 존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지점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각 지역의 사정과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지점을 유지할지 아니면 폐쇄할지 이른 시일 내 신중히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고 답했다.
당초 수은은 조직슬림화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이들 지점 4곳의 폐쇄 방침을 밝혔었다. 막대한 적자로 부실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온 지난 2016년 내놓은 23개 혁신안의 일환에서다.
하지만 해당안을 두고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지점 폐쇄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보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의 고통이 훨씬 크다'고 반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4곳의 지점을 폐쇄할 경우 얻는 비용절감 효과는 약 7억원 남짓인데 반해 해당 지역에서 수은과 거래하는 기업은 120곳에 달해 효과가 덜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은 지점 폐쇄를 재고하라며 은성수 수출입행장을 압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까지 내려가 제조업을 독려하고 있고, 창원 같은 곳은 수은의 역할이 집중돼야 하는 곳"이라며 "(지점 폐쇄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빼앗는 격"이라고 질책했다.
은 행장은 심 의원의 질책에 대해 "(2016년과 달리)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맞는 지적"이라며 "약속(혁신안 이행)과 현실사이에서 신중히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상황이 급변했고 4개 지점은 존속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 수은이 무리하게 지점 폐쇄를 강행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수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안 이행은 이미 정부에 보고된 내용이고 또 국민과 약속된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점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재고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 2016년 발표한 '해외사무소 축소안(25개→22개)'도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폐쇄가 된 모잠비크 마푸토사무소와 올해 안에 문을 닫는 터키 이스탄불사무소와 달리 '가나 아크라사무소'의 폐쇄가 외교적 문제로 비화된 탓이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두고 가나 총리가 직접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서한을 보냈다"며 "자칫 외교적 문제를 만들 수 있어 수은이나 기재부도 해당 사무소 폐쇄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