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국내 최초의 공공 헌책방이자 유일한 독립출판물 도서관인 ‘서울책보고’가 문을 열었다. 서울송파구 오금로 신천유수지에 마련된 이곳에는 12만권의 헌책을 비롯, 독립출판물과 기부받은 연구서적 등 총 13만2000여 권의 책들이 둥지를 틀었다.
27일 개관식에 맞춰 찾은 서울책보고에는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책이 만든 숲에 빠져 있었다. 25개 헌책방이 입점해 12만권에 달하는 헌책을 전시하고 있는데 자유로운 독서는 물론, 현장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27일 문을 연 서울책보고. 이곳서에는 12만권의 헌책을 자유롭게 읽고 구매까지 가능하다. [사진=정광연 기자] |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서울책보고는 가치의 공간이자 나눔과 경험, 항유를 동시에 추구한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책을 감상할 수 있고 판매 활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헌책방들을 위해 서울시가 위탁 판매 역할도 하고 있다”며 “서울책보고는 책 ‘보물창고’와 책을 마음껏 ‘보고’ 즐기는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아치형 철제서가 32개로 구성된 서울책보고에는 대광서림, 동아서점, 동화마을 등 총 25개의 헌책방이 들어섰다. 어떤 헌책을 전시할지는 모두 헌책방 주인들이 결정한다. 헌책 가격 역시 헌책방이 정하고 서울시는 판매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통상 15%에 달하는 시장 평균 수수료보다 저렴하게 책정, 헌책방 지원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서울책보고에 마련된 국내 유일의 독립출판물 전시 공간. 이처럼 서울책보고에서는 헌책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날 수 있으며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정광연] |
책들은 다양했다. 손때가 묻은 헌책만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때 서울 구석 헌책방을 찾아 다니며 좋아하는 책을 수립하던 옛기억이 떠올랐다. 발품을 팔아야만 만날 수 있는 헌책을 서울 한복판에서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한 매력으로 보인다.
개관식 참석 후 직접 서울책보고를 둘러보며 헌책 구입까지 마친 박원순 시장은 “말 그대로 오래된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이라며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도 이런 공간을 찾기 힘들다. 서울시민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즐기며 다양한 문화공연까지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책보고를 둘러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정광연 기자] |
서울책보고는 단순한 헌책방은 아니다. 독립출판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영대 석좌교수가 기증한 1만600여 권의 연구서적도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책 기부 활동을 장려해 더 많은 헌책을 이곳에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25곳인 입점 헌책방도 필요할 경우 추가로 확대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별도로 마련된 프로그램 공간에서 특별전시와 기획전시, 북 토크, 지역내 유치원·초등학교와 함께하는 글쓰기 활동 등도 진행한다. 다양한 명사들과 함께하는 강좌도 따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책보고에 전시된 책으로 만든 조형물. 넓고 괘적한 공간에 비해 휴게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정광연 기자] |
서울책보고는 지하철역(잠실나루)에서 걸어서 5분 거리고 1465㎡(443평)의 넓은 공간에 여유로운 구성을 갖춰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와 화장실 등 휴게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
이정수 관장은 “운영을 하면서 필요할 경우 에어쿠션 등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려 한다”며 “시민들이 서로 헌책을 사고파는 폴리마켓도 구상중이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책 ‘보물창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