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정부가 제네릭(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 약값 개편을 발표하자 제약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제네릭 난립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중소제약사들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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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릭 약값 차등화…"생동성 시험 직접해라"
보건복지부는 27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원조의약품 하나 당 20개의 제네릭만 기준을 총족할 시 현행 약가인 '원조의약품 가격의 최대 55.35%'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재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20개 안에 든 제네릭도 55.35% 수준의 약가를 받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직접 원조의약품과 제네릭의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을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만 한다. 만약 제약사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가격이 원조의약품 가격의 38.69 %까지 떨어진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원조의약품 가격의 45.52% 수준의 약가를 산정받는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방안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의 경우 준비기간 3년을 부여 후 개편안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과 지난 2월 발표한 '제네릭 의약품 허가제도 개편방향'을 통해 양방향으로 제네릭 난립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약사가 직접 생동성 시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동시에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거나, 다른 업체에 시험을 위탁했다. 이를 통해 제네릭 개발 비용을 아끼고, 한꺼번에 수많은 제네릭을 허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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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제약사는 영향 미미… 중소제약사 분통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국내 제약사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고 있다. 신약, 개량신약의 매출 비중이 높고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시행할 자금력이 있는 대형 및 중견 제약사들은 개편안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A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품목만 공동으로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은 직접 생동성 시험을 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에 따라 일부 품목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불필요한 제네릭 제품들이 정리되고, 난립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비교하면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제네릭 품목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개편안을 통해 개량신약, 신약 등을 개발하려는 업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소제약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매출 대부분을 제네릭 품목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자금, 생산시설,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서 최종 개편안이 나오기 전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며, 집단행동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최종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일부 조건 등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약가 개편안으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 제품부터 자체적으로 생동성시험을 시행하고, 수익이 안 나는 제품은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이 대형 제약사에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 등의 국내 제약산업 문제의 원인이 모두 제네릭에서 비롯된 것처럼 몰리는 데 억울하다"며 "자금력과 인력이 있는 대형제약사들에 중소제약사들이 밀리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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