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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자유조선 北대사관 침입사건...내부공모자 및 FBI 지원 등 의혹 떠올라

기사등록 : 2019-03-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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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김선미 이홍규 기자 = 북한 정권 타도를 주창하며 북한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자유조선'이 지난달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관의 침입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으로 함께 공유했다고 밝혔다.

자유조선은 27일(세계표준시·UTC 기준) 오후 7시 41분 홈페이지에 게재한 '마드리드에 관한 사실들'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자유조선은 지난달 22일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을 사실 확인하면서도 "그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우리는 (스페인) 마드리드 대사관의 긴급 상황에 대응했다"며 "우리는 대사관으로 초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보도들과 달리 아무에게도 재갈을 물리거나 구타하지 않았다"며 스페인을 존경하는 차원에서 "어떠한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유조선이 이처럼 ‘초대됐다’고 주장하면서, 북한 대사관 내부에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주장하는 ‘긴급 상황’이 무엇인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자유조선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 [사진= cheollimacivildefense.org]

자유조선의 이러한 발표는 26일 스페인 고등법원이 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들이 반(反) 북한 인권 단체를 자처하는 '자유조선' 소속이며 이들은 범행 당시 대사관 직원의 탈북을 설득했다고 밝힌 후에 나왔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이날 공개한 수사상황 문서를 통해 당시 스페인 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이라고 밝혔으며 이 중에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현재까지 언론에 이름이 공개된 용의자는 멕시코 국적자로 미국 거주자인 에이드리언 홍 창, 한국 국적자인 이 람, 미국 시민권자인 샘 류로, 모두 한국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홍 창이 북한인권 활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고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이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하는 등 강도와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 남성이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 대사관을 지나가고 있다. 2019.02.28. [사진=로이터 뉴스핌]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고등법원 문서에 이들의 북한대사관 침입 과정 등에 대한 수사 내용이 세부적으로 공개됐다.

문서에 따르면, 총 10명의 용의자들은 홍 창의 주도로 무기와 도구 구입 등 치밀한 사전 준비 후 대사관에 도착해, 홍 창이 이전에 한 번 만난 적 있는 경제참사와의 면담을 요청하면서 대사관 직원의 주의가 소홀해진 틈을 나머지 용의자들을 들여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칼과 봉, 모형 권총 등으로 대사관 직원들을 위협하고 구타, 제압한 뒤 수갑으로 결박했으며, 경제참사를 지하실로 데려가 탈북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직원들은 몇 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고, 용의자들은 컴퓨터 두 대와 UBS, 하드 드라이브, 휴대전화 등을 가지고 대사관 차량 등 나눠 타고 도주했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이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스페인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고 2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북한대사관 습격 후 자유조선은 지난 20일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훼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조국 땅에서'(In Our Homeland)라는 제목의 34초 분량 영상에서 자유조선 멤버들은 벽에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김씨 일가 통치를 타도한다!’라고 외쳤다. 자유조선은 해당 영상이 ‘우리의 영토’에서 촬영됐다고 주장하며, 북한 영내로 간주되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촬영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북한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자유조선이 지난 20일 '조국 땅에서'(In Our Homeland)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훼손하는 영상 캡처 [사진=자유조선 홈페이지 게재 영상 캡처]

한편 자유조선은 비밀유지 조건으로 자신들이 획득한 정보를 FBI의 요구에 따라 공유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먼저 FBI와의 접촉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유조선은 "FBI와 상호 간에 합의한 비밀유지 조건으로 엄청난 잠재 가치를 가진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며 "우리 소유가 아닌 그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공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조선은 "(비밀유지) 조건들은 깨진 것 같다"고 했다.

자유조선의 주장에 따르면, FBI가 홍 창에게 먼저 접근해 자료 공유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주장이 맞다면 FBI가 이미 용의자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누구에게 접촉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FBI의 개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대사관 침입의 배후라는 의심을 제기한 바 있다. 엘 파이스는 용의자 10명 중 두 명이 CIA와 연관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기관의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이러한 사건에 관여한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FBI 대변인은 자유조선과의 접촉에 대한 질문에 “특정 조사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것이 FBI의 기본 입장”이라며, “FBI 스페인 법률 집행 파트너들과 정보 공유와 정기적 협력에 초점을 맞춘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에 미국 정부가 연관됐는지 묻자 "미국 정부는 그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자유조선이 북한 대사관에서 훔쳐낸 정보는 외국 정보기관이 강한 관심을 가질 만한 매우 귀중한 정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현재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맡았던 만큼, 당시 그의 활동 기록은 북한과 협상에 나선 국가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WP는 해석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대사관에서 도난당한 컴퓨터는 핵심 암호프로그램이 담긴 ‘변신용 컴퓨터’로 북한 외교관이 ‘목숨을 걸고 지켰어야 할 컴퓨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컴퓨터가 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 큰 일”이라고 말했다.

자유조선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사망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자유조선은 지난 1일 천리마민방위에서 이름을 변경하면서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를 설립한다"고 자처했다.

2017년 김한솔의 인터뷰 모습을 공개한 '천리마민방위(현 자유조선)'.[사진=천리마민방위 유튜브 게재 영상 캡처]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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