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동지사 화재로 신용카드 결제와 CD/ATM(현금인출기)이 중단되면서 상당수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을 법률로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회사들이 KT, SKT,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 등 통신서비스공급사들과 단독 계약을 불허하고, 두 곳 이상과 의무 계약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중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총 36건의 법안을 상정한 뒤, 검토보고와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의원들이 토론을 거친 뒤 정무위에서 표결로 의결하면 사실상 법률안이 확정된다. 정무위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이나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지 문제를 검토하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의결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KT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 복구에 나섰다. 2018.11.25 yooksa@newspim.com |
정무위 36개 안건 가운데 법률안 확정이 가장 유력한 법안은 ‘금융회사의 통신회선 이중화 의무화’라는 같은 목적으로 성일종(자유한국당), 이철희(더불어민주당), 박성중(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이다. 세 명의 의원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냈고 각각 10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참여해, 정무위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발의안을 보면, 지난해 KT 아현동 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로 서울 서대문구·중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의 지역에서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다. 다수 은행의 CD/ATM이 중단돼 현금인출이 어려웠고, 자영업자의 카드단말기에 결제를 시도해도 가맹점-부가통신사업자(VAN)-신용카드사 사이의 통신망 불능으로 카드 결제가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자영업자의 피해가 더욱 컸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은 금융사들이 통신장애 예방을 위해 통신망을 ‘이중’으로 설치했어도, 주회선과 보조회선을 모두 한곳의 통신사업자로 공급받아서 생긴 결과다. KT를 주회선과 보조회선으로 사용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장애 복구에 하루 넘게 걸렸고, 신한은행은 KT와 LG유플러스 망으로 나눠 사용해 몇 시간만에 정상화시켰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주회선과 보조회선을 통신사업자 한 곳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두 곳’으로 나눠서 공급·설치·운영받도록 하자고 했다. 위반한다면 과태료 5000만원과 영업정지 6개월에 처하는 무거운 책임을 묻게 한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적용 대상 금융기관의 범위다. 은행 등 대통령으로 정하는 금융회사까지는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철희 의원과 성일종 의원은 전자금융업자와 전자금융보조업자까지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주로 밴(VAN)사로, 이들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신용카드사의 결제업무를 보조하는 업체여서 지나치게 적용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복 정무위 법안검토 수석전문위원은 “밴사를 포함하면 신용카드 가맹점의 통신비 부담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어 의무적용 예외 금융사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권은 통신회선 이중화로 통신사 2곳과 각각 계약하기 때문에 통신비가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탐탁하지 않게 여기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적용대상 시설의 범위를 제한하기 원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실시간 금융거래 처리나 반영이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도가 낮은 통신회선은 이중화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전자금융거래에 직접 이용되는 정산작업에 사용되는 내부용 회선이나 서버의 연결회선 등으로만 이중화 법위를 한정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