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금융당국이 리라화 급락을 막아내지 못하자 신흥국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에 도미노 충격을 일으켰던 원흉에 해당하는 터키 리라화가 급락을 재개하자 또 한 차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터키 리라화가 28일(현지시각) 재차 급락한 가운데 환전소에 몰인 이스탄불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터키 사태를 31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지엽적인 문제로 판단했던 투자자들도 후폭풍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5% 가량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리라화 숏베팅을 사실상 차단하는 금융당국의 강경 대응이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터키가 리라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앞다퉈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주 외환보유액이 20억달러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밀레니엄 글로벌의 글레어 디소스 글로벌 경제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단기 부채를 상환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티예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주 본격화된 리라화 폭락의 배경으로 JP모간의 매도 보고서를 지목했지만 실상 재정 건전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2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과 가라앉는 실물경기도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올해 터키 경제는 1.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매티스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터키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면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리라화가 급락하면서 외채에 의존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부메랑이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역외 리라화 오버나이트 스왑 금리가 1200%까지 치솟았고, 자금 시장은 극심한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패닉의 전염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상승하는 한편 약세 흐름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웰스 파고는 보고서를 내고 “터키 금융시장의 혼란이 일부 신흥국으로 전염되는 양상”이라며 “특히 고위험 통화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보고서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신흥국 도미노 충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터키와 직접적인 교역 및 금융 거래가 제한적인 아시아 지역은 저항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시장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어설픈 시장 개입으로 투자자들의 신뢰에 오히려 흠집을 냈다고 지적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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