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던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조양호 회장 등 회사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2.8%)와 3대 주주 국민연금(7.34%)은 이번 주총을 통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할 기반을 만들고자 했으나 끝내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는 KCGI와 국민연금 등 외부세력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한진칼의 뜻대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시작부터 한진칼 쪽으로 승기가 기운 모습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현장 출석 및 위임을 포함, 의결권 있는 주식 5917만435주 중 77.18%(4566만8651주)가 참석했다. 또한 감사위원 선임에 필수적인 '3%룰'을 적용하더라도 68.56%가 참석한 것으로 집계돼 모든 안건을 결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우선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안은 끝내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정관변경은 발행주식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으로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77.18%가 참석, 해당 안건이 통과되려면 반대표가 전체의 26.24% 미만이어야 했다. 하지만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한진칼 지분이 28.93%으로 이미 이를 넘겼다. 해당 안건은 참석 주주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한진칼에 적용하기로 결정, 이번 주총에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만 그 범위를 최소화해 이사해임이나 사외이사 선임보다 수위가 낮은 정관변경만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 이사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현재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 상태인 조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같이 정관이 변경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자동 해임'될 수 있어 한진칼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다.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
KCGI가 반대를 예고했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KCGI는 이날 주총에도 참석해 "석 부회장은 한진해운을 지원해 한진칼 등 회사 전체에 큰 손해를 끼쳤다"며 "회사의 기업가치를 명백히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현저히 침해해 사내이사 후보자로 부적합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 안건은 참석 주주 65.46%의 찬성표를 얻어 원안대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연금도 석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는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입장을 정한 바 있다.
석 부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서 한진칼 이사회는 석 부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며 "그룹을 발전시키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제6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 모두 한진칼이 제안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한진칼 주총은 예년보다 많은 주주들이 몰리며 예정보다 30여분 가량 늦어진 오전 9시37분에 시작됐다. 당초 KCGI의 경영 참여 시도 등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던 만큼, 주주들이 주총장 좌석을 가득 채웠으며,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이날 주총은 모든 안건을 상정한 뒤 찬반 논의를 실시, 표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주총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총 2시간20분 가량 걸렸다. 발언을 희망한 주주들 대다수가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피력했고, 회사 측은 담당자를 통해 적절히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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