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서울시교육청의 기싸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평가 일정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령에도 없는 기준을 사전에 예고하지도 않은 채로 진행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4월 1일 기자회견. [사진=김경민 기자] |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1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 소강당에서 ‘2019년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의 부당성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표의 부당성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았다”며 “교육청의 소통 부재와 오직 ‘자사고 죽이기’만을 위한 정책 하엔 보고서 제출은 의미가 없다”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엔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22곳 중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는 학교는 13곳(경희고·동성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한대부고·하나고)이다.
김종필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수석부회장(중앙고 교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낙제시키기 위해 통과 점수를 올리고 출제 범위도 알려주지 않고 배운 내용 밖에서 출제하는 시험”이라며 “2014년 평가에 대해 지난 4년간 열심히 보완했으나 이번 평가에선 노력이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6개 영역 12개 항목 32개 지표에 각각 ‘매우 우수(S)’부터 ‘매우 미흡(D)’까지 다섯 단계로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사회자로 나선 고진영 부회장(배재고 교장) 또한 “모든 지표에서 ‘우수(A)’를 받아도 감사 등 지적사례에서 12점이 감점되면 68점을 받아 탈락된다”며 “지적 사항에 있어 12점 감점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작은 행정착오로도 탈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성호 부회장(한가람고 교장)은 2014년과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지표를 비교했다. 백 부회장은 “2014년 평가에 대해선 점수를 어떻게 줄지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그런데) 2019년은 배점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점수 배점 차가 있는 구간을 나눈 기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백 부회장은 학생 추원율과 관련 “학생 충원율 90% 이상 충원하면 ‘우수(A)’등급을 받는다”라며 “이 부분에서 ‘우수(A)’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자사고 학생 충원율 90% 이상이 돼야 하는 법적 기준이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또 자사고 측은 학생 전출과 중도 이탈 비율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사고 특성상 입학 후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고 전학 가는 경우 등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백 부회장은 “전출이 자사고 문제냐”며 “이건 입시 제도가 불분명해서 나온 문제”라고 반발했다.
이 외에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과 기초교과 편성의 적정성, 프로그램별 학생 참여율 등의 지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다”며 부당성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에 △부당한 평가 지표 철회 △평가위원 선정에 있어 자사고 추천 포함 △평가 회의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들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고서 없이 평가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가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정해진 법과 제도에 따라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며 “만일 자사고 측의 평가 집단 거부가 지속될 경우 엄중하게 행·재정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섰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