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주말 터키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이 사실상 패배한 가운데 주식시장과 리라화 및 스왑 금리가 또 한 차례 요동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에르도안 정권이 포퓰리즘 정책을 공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지난 주말 광역시장과 구청장 등 총 1316명을 선출하기 위해 81개 주에서 시행된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25년간 여당이 장악하고 있던 앙카라 광역시장 자리를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가 차지, AKP가 밀려난 것은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권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반영하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경제 중심지인 이스탄불의 광역시장 선출 선거의 개표가 약 99%까지 이뤄진 가운데 일부 외신은 CHP가 여당에 근소한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주 패닉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재차 혼란에 빠졌다. 장중 리라화가 달러화에 대해 2% 가량 급락했고, 주가 역시 지난주 7% 급락한 데 이어 이날 1.7% 가량 내리 꽂혔다가 1% 이내로 반등했다.
지난 18개월간에 걸친 경제 위기와 금융시장 충격에 민간 기업과 소비자, 이어 국내외 투자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스탄불 이코노믹 리서치의 칸 셀쿠키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월가는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악화 일로로 치닫는 터키의 재정 상황이 더욱 심각한 위기로 빠져드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지표의 적신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경고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침체에 진입했고, 실업률은 10년래 최고치인 13%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2월 기준 2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에르도안 정권이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실물경기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RBC 캐피탈 마켓은 보고서를 내고 “2023년까지 터키 정치권이 선거 공백을 맞는 만큼 지금부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권 향방이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에 결정적인 변수”라고 강조했다.
코메르츠방크 역시 보고서에서 “주말 선거 결과가 터키 경제 성장률의 악화와 리라화 하락 전망에 설득력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후지토미는 보고서에서 선거 결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책을 가동하면 국가 재정과 금융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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