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DGB금융지주가 회장,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 추천을 담당하던 그룹의 임원추천위원회(임원추천위)를 세분화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장추천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외추천위),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감사추천위)로 신설하고 기존의 그룹 임원추천위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만 맡기로 했다.
특히 회장추천위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키로 했으며,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그룹 임추위에만 들어간다. 그간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치른 만큼 셀프연임 차단 장치를 만들고, 그룹 차원에선 CEO 승계 과정을 체계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사외추천위에 회장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둬 셀프연임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28일 이 같은 내용으로 지배구로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진=DGB금융지주> |
개정된 내규에 따르면 이사회내 위원회로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회장추천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추천위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는 감사추천위가 신설됐다.
기존에는 그룹 임원추천위가 회장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 감사위원 후보를 모두 추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달라진 내규에 따라 그룹 임원추천위는 자회사 CEO후보 추천만 맡는다.
회장추천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해 셀프연임 논란을 차단시켰다. 현재 DGB금융의 사외이사는 7인. 기존 사외이사 2인 외에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5인은 모두 외부기관에서 추천받은 인물들로 어느정도 독립성이 담보됐다. 과거에는 회장 비서실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을 평가·관리해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감독·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그룹 임원추천위는 김태오 회장을 포함한 이사 3~5인으로 구성했다. 임원추천위가 자회사 CEO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하고 추천하는 만큼 지주 회장이 DGB금융그룹을 장악한다. 지주사에서 자회사 CEO 승계 과정을 총괄해 CEO 육성을 체계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과거에는 자회사 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DGB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들에 대해 CEO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후보를 추천했었다. DGB대구은행 CEO 후보자 추천은 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추위에서 별도 담당했다.
이렇다 보니 은행장 추천도 DGB금융의 고질적 문제였던 제왕적 지배구조나 파벌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사퇴한 이후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과 박명흠 전 대구은행 부행장,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이 행장 후보로 올라갔지만, 채용비리 및 펀드손실보전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스스로 사퇴하거나 적임자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각 자회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CEO 육성 체계가 한계를 보이면서 이를 그룹 임원추천위로 일원화시킨 것이다. 그룹 임원추천위가 CEO의 자격요건 설정, 후보군 관리와 추천을 담당하면, 자회사 임원추천위나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의 적격성을 검증하고 주주총회에 최종 추천하는 구조다.
그룹 임원추천위는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지 못하고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는 결의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김태오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사외추천위에 회장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셀프연임 논란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회장추천위, 감사추천위와 달리 사외추천위는 이사 3~5인으로 구성하도록 해 규정상 사내이사인 김 회장이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회장 후보를 뽑는 사외이사 선정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 사외추천위는 사외이사 4인으로만 구성돼 있다"며 "또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그런 우려스러운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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