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방부는 군과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주민들이 집단 살상당한 제주 4.3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를 검토 중이다. 사건 발생 72년 만에 군의 공식 사과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내일 제주에서 4.3항쟁 기념식이 열리는데 국방부나 군에서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며 결정되면 확인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제주=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제주 4·3평화공원 야외공간에 마련된 조형물 비설(飛雪). 군인에게 쫓겨 두 살 난 젖먹이 딸을 등에 업고 피신하다가 총에 맞아 죽은 모녀를 형상화했다. 눈 쌓인 겨울에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간 두 생명이 마치 거센 바람에 덧없이 흩날리는 비설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광복 이후 이념갈등이 발생하자 남로당 무장대가 제주도에서 봉기해 미군정 및 국군, 경찰과 충돌했는데 이에 대해 군과 경찰이 무력 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국방부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군과 경찰이 무장 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4.3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를 검토 중인 것이다.
국방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사과의 주체, 사과 방식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노 부대변인은 이날 ‘제주 4.3 항쟁 기념식에 참석하는 국방부 인사가 있느냐’,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4.3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들에 “현재까지 검토 중이며 검토 내용이 결정되면 설명해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 부대변인은 이어 ‘장관의 (공식) 사과를 검토한다고 받아들여도 되느냐’, ‘장관의 사과가 포함된 내용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도 “현재 형식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노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누가 됐든 국방부 당국자가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과 형식은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이나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4.3사건 기념행사에 참석, 국방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이다. 정 장관은 한미국방장관 회담 참석 차 미국에 체류 중이기 때문이다.
서 차관이 3일 오전 제주 평화공원 4.3추념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군 관계자는 “추측성으로 나온 것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결정되면 알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군 당국은 4.3사건 당시 투입됐다가 포상을 받은 군인들에 대한 서훈 취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