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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생일' 전도연 "끊임없는 의심의 시간이었죠"

기사등록 : 2019-04-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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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아들 떠나보낸 엄마 열연…"유가족에 죄송한 마음"
차기작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촬영 끝나고 (이종언)감독님과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어요. 매어놓은 리본이 다 빛바래졌더라고요. 씁쓸했죠. 기억하고 잊지 말자고 했지만, 어느 순간 희미해진다는 게…. 그걸 보는데 제가 이 작품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 전도연(46)이 신작 ‘생일’로 극장가를 찾았다.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 남겨진 이들이 모여 각자의 기억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순남을 열연했다. 알려진 대로 출연까지는 한 번의 거절과 긴 고민의 시간이 따랐다. 

“고사한 이유도 세월호 영화였기 때문이고 다시 하겠다고 한 것도 세월호 영화였기 때문이에요. 근데 감독님과 원래 알던 사이라 고사하고도 계속 순남을 궁금해했고 함께 상의했죠. 내가 안해도 이 작품이 잘됐으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어요. 그러다 결국 하게 됐지만요(웃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힘이 된 이야기라는 게 가장 결정적인 출연 이유였죠.”

순남은 아들을 잃은 상처를 견디며 어린 딸과 살아가야 하는 여자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커진다. 언제고 아들이 달려와 ‘순남씨’라고 불러줄 것만 같다. 홀로 아들의 생일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별을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다. 

“순남은 스스로를 유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죽음을 기정사실로 하는 모든 걸 외면하고 멀리해요. 그러면서 순남의 방식으로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죠. 영화에는 한 장면 밖에 안나오지만, 끊임없이 수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옷도 사주고…. 그런 날의 반복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표현했고요.”

순남을 연기하면서 전도연이 가장 많이 한 건 ‘의심’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순남으로 느끼는 것이 맞는지, 혹 배우 전도연이 느끼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자답의 시간을 가졌다. 

“어려웠어요. ‘내가 순남의 감정을 앞서서 느끼는 걸까?’란 생각을 계속했죠. 객관적으로 순남을 바라보기 위해 최대한 한 발짝 물러나려고 했고요. 후유증이요? 사실 찍으면서는 감정이 오래 남아있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촬영할 때 몸이 되게 힘들긴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감정적 소모가 많아서였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정말 매일 끙끙 앓으면서 잠들었죠.”

유가족과 마주하는 건 촬영만큼이나 힘들었다. 혹시나 이 영화가, 자신의 연기가 대중의 오해를 살까 봐, 그리하여 유가족들에게 또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까 봐 겁이 났다. 시종일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전도연은 유가족 이야기에 끝내 눈물을 쏟았다.

“촬영할 때 유가족을 만나진 않았어요. 솔직히 무섭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죠.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차라리 시나리오에 더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처음 뵌 건 유가족 시사회 때였어요. 못들어가겠더라고요. 무슨 인사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근데 먼저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노란 리본이 묶인 직접 만든 지갑을 주셨어요. 어머니들이 직접 놓은 수가 있었죠. 고민한 것 자체로 정말 너무 죄송했어요.”

‘생일’은 전도연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지난 2016년 영화 ‘남과 여’와 드라마 ‘굿 와이프’를 나란히 선보인 후 전보다 오랜 휴식기를 가졌다. 전도연은 그 이유에 대해 “특별히 끌리는 게 없었을 뿐”이라고 했다.

“사실 (차기작인)‘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출연 결정을 꽤 오래전에 했어요. 그게 옴니버스 형태로 이야기가 연결돼 있는데 캐스팅이 힘들어서 시간이 좀 오래 걸렸죠. 그러다 ‘생일’이 들어왔고 촬영을 한 거고요. 근데 ‘생일’ 결정하니까 캐스팅이 또 바로 다 되더라고요. 지금은 드라마, 영화 모두 열어 놓고 작품을 보고 있죠. 드라마도 이제 영화만큼이나 장르적으로도 다양하고 이야기도 좋으니까요. 곧 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게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매니지먼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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