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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속초산불] "집이 모두 탔다...갈 곳 없는 사람 어쩌라는 건지"

기사등록 : 2019-04-0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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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휩싸인 집 걱정에 발 동동
"통신 두절로 가족 연락 안 돼"
속초 여행왔다가 고립되기도

[고성=뉴스핌] 이학준 기자 = 대피할 때 멀쩡했던 동네가 화마에 휩싸였다. 집도 걱정이지만 통신이 두절돼 가족 소식을 모르는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말만 동동 굴렀다.

5일 새벽 3시가 넘어선 시간, 강원도 고성군 동광중·고등학교 체육관에는 주민 약 400명이 대피해 있었다. 갑작스런 산불에 급히 집을 나선 이들은 잠에 들지 못한 채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울상을 지었다.

[고성=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동광중학교에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다. 2019.04.05. hakjun@newspim.com

대피 문자를 받고 동광중·고교로 이동했다는 김모 씨는 "대피할 당시에 동네는 멀쩡했는데 지금 다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며 “갈 데도 없고, 거동도 불편한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고 한탄했다.

김 씨는 통신이 두절돼 가족과 주민의 소식을 모르는 상황에 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전화가 안 돼 가족 소식도 모르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거동 불편하신 동네 어르신 소식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와이파이라도 공개로 해놔야하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현재 동광중·고교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고성=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동광중학교에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다. 2019.04.05. hakjun@newspim.com

서울에서 속초로 여행을 왔다가 고립된 가족도 있었다. 손자 2명과 속초로 가족 여행을 왔다는 이모 씨는 "리조트에 놀러왔다가 불이 나 지금 대피한 상황"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 씨는 "우리는 관광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강풍에 불길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대피소를 전전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에 피신했다가 불길이 천진초 주변까지 번지자 아야진초등학교로 이동했다. 그러나 불길이 아야진초 주변까지 옮겨갔고, 또다시 동광중·고교로 피신해야 했다.

군청 차원의 이동 수단도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주민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버스를 대절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며 "모두 개인 소유 자동차를 타고 오거나 걸어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던 순간 동광중·고교 대피소에는 빵 하나와 두유 하나가 전달됐다. 한 주민은 "목으로 안 넘어간다"고 빵을 뜯지도 않았다.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있던 백발의 70대 남성은 "머리가 아파서 바람좀 쐬야겠다"며 대피소 밖으로 나가버렸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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