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핌] 이학준 기자 =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현내중길에 위치한 크리스탈밸리센터 대피소. 강릉 일대 주요 불길들이 진화됐지만 대피소에는 20여명의 이재민이 여전히 대피소에 머물러 있었다. 집이 모두 타버려 돌아갈 곳 없는 이들은 불과 몇시간 전까지 아늑하게 품어줬던 집 생각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옥계면 산불 진화율이 70%에 달하는 등 큰 불길이 진화돼 대부분 귀가했지만, 이들 20여명은 귀갓길조차 없어 허망한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강릉=뉴스핌] 이학준 기자 =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현내중길에 위치한 크리스탈밸리센터 대피소에는 20여명의 이재민만이 있었다. 2019.04.05. hakjun@newspim.com |
대부분 농사를 짓던 이들은 집은 물론 소유하고 있던 농기계를 비롯해 비닐하우스까지 전소됐다. 자식없이 혼자 살며 농사를 지었다는 A 할머니는 “집, 창고, 농기계, 아무것도 못 건지고 다 타버렸다”며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 “타버린 것 중 남이 나한테 맡겨놓은 게 생각난다”며 “밤새 한 숨도 못 잤다”고 또다시 울먹였다.
집을 비롯해 농기계 5대가 전소했다는 B 할아버지는 “빚을 면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일이 이렇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B 할아버지는 “어리석게도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집에 연기 냄새만 맡으며 서 있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은 또 어디서 새야 하느냐”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집이 다 타버린 이들은 당장 갈 곳이 없다. 당분간 이곳 대피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지내야 한다. 언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국무총리’다.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현장대책본부에서 “당장 집을 잃으신 분들에게 임시 거처 만들어 드리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피해를 복구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대피소도 삶의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만들고, 임시 거처도 그곳 주변에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A 할머니는 “불타고 남은 집 옆에 컨테이너 박스라도 만들어준다면 고맙다”며 “총리가 한 말이니까 지원이 오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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