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구겨진 태극기' 게양을 비롯한 외교부의 잇따른 외교결례 논란에 청와대가 '공직기강 해이'라고 무겁게 지적한 가운데 야당 역시 대변인 논평을 내고 비판에 가세했다. 강경화 장관이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靑·야당 "기강해이·외교참사·망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외교부가 제1차 한·스페인 외교차관 회담에서 심하게 구겨진 태극기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공직기강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비서실장은 "참 안타깝다. 이 부분은 저희들이 여러 번 지적한 부분"이라며 "국가 대 국가 양자 간 대화인데 사전에 준비할 때 전혀 손 안 봤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5일 이같은 외교행사 결례에 대해 전희경 대변인 성명의 논평을 통해 "아마추어 문 정부의 일면일 뿐, 치욕스러움은 국민의 몫인가"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작정하고 구겨놓아도 그렇게 구겨지기 어려운 모양새의 태극기가 장장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외교회담장에 걸려있었다"면서 "계속된 외교·의전 사고로 언론에 오르내린 문재인 정부는 기어이 구겨진 태극기에서 '망신의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외교 의전의 기본중의 기본인 국기 관리 조자 못하는 외교부가 만든 어제의 참담한 외교현장은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상징하는 광경이었다"면서 "당장 무능 외교 참사의 주범인 외교라인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익환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구겨진 태극기'가 '구겨진 외교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태극기 보존과 게양이 고도의 외교 전략이 필요한 사안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외교부의 실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로 '발틱'은 '발칸'으로, 공공장소 음주 금지 나라에서는 '건배 제의'로 화답하는 외교부의 연이은 실수를 손으로 헤아리기조차 버겁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과 관련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4.05 yooksa@newspim.com |
◆ 한두번이 아닌 의전실수…강경화 책임론 부상
최근 외교부는 잇따른 의전 실수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에선 파나마 국기를 거꾸로 걸어 상대국이 직접 고쳐 달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외교부 트위터 공식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에 사용했던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지난달에는 보도자료에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발칸 3국'으로 잘못 표기했다가 라트비아 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황급히 정정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이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뒤 '슬라맛 소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잘못 사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외교부가 기본적인 의전 준비에 소홀해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구겨진 태극기' 사태는 태극기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태극기가 더러워져 행사를 앞두고 집에서 세탁을 했고 접어서 가져왔다가 벌어졌다는게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사 시간에 임박해서 꺼내보니 너무 구겨져 있어서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국기를 조금만 일찍 확인해봤더라도 세탁소에 맡겨서 다림질을 하거나 다른 부서에서 구겨지지 않은 태극기를 빌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장관의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강 장관의 취임 이후 사소한 의전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강 장관의 꼼꼼하지 못한 스타일에 외교부 직원 전체가 영향을 받아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장관은 이달 초 청와대가 7개 부처를 개각했을 때도 외교부 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차례 개각에도 비핵화 협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케미'를 이유로 교체 명단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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