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11 한미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당분간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해 버티기 모드로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출발 전까지 남북 사이에 특사방문 같은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굿 이나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 제안에 아무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선(先) 남북대화 후(後) 한미대화 구도’를 유지,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를 선행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그는 그러면서 “만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선 한미 후 남북’ 구도가 펼쳐진다면 북한으로서도 김정은이 미국의 압력을 한국을 통해 받는 구도로 보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남북대화에 더욱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또한 북한이 남북, 북미관계에 속도조절을 하는 등 장기전 채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이 올해 상반기 동안은 미북, 남북사이의 현 교착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받아들여 질 때 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 위원장이 최근 삼지연군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의 공사를 늦춘 것을 언급하며 “미국, 한국에 ‘제재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향후 북한은 미북, 남북협상에서 제재해제 문제에서 촉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경우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가 관심사”라며 “올해 1월 김정은-시진핑 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올해 분 무상경제지원은 다 받아냈으니 올해 하반년 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타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밖에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과 같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폭탄선언’을 하면 미국이나 한국보다도 중국의 시진핑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 차마 그런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수준정도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북한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식으로 다시 한 번 엄포를 놓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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