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베트남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호화주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중국과 한국, 홍콩으로부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호화주택 거주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9일(현지시간) 베트남 정부가 2015년 7월부터 외국인의 거주지 소유를 허용한 이후부터 베트남 호화주택 시장이 들끓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CGV이온 떤푸 셀라돈' 극장 로비 [사진=CJ CGV] |
베트남 현지 개발업체들부터 너도나도 호화주택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개발업체 다이꽝민은 3년 전 중심가에서 사이공 강 건너편 투 티엠 지역에 위치한 657만m2의 주택 단지를 평방미터당 2000~2800달러(약 228만~319만원)에 내놓았다.
역시 인근에서 오는 6월 완공 계획인 메트로폴 주택단지는 이의 두 배 정도 가격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그룹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베트남 호화주택 가격은 17% 급등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주택 평균 가격은 보합에 머물렀다.
이처럼 호화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작 현지인들은 빠지고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2018년 기준 호화주택의 23%만이 현지인들에게 매각된 한편, 중국 본토 거주자들이 가장 많은 호화주택을 사들였으며 한국과 홍콩 거주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호찌민시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으로 포장돼 있다. 2016년 초 주택 광고물에서는 호찌민시를 베트남의 상하이로, 투 티엠은 새로운 푸둥으로 소개했다. 상하이 푸둥은 버려진 농지에서 찬란한 비즈니스 중심가로 탈바꿈한 지역이다.
중국인들의 눈에 베트남은 ‘10년 전 중국’으로 간주된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공산당 체제에서 수출로 부를 창출하고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더 없이 이상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집값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베트남에서는 호화주택이라 해도 헐값에 불과하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논리에 허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베트남은 10년 전 중국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호화주택이 있다 한들 호화주택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뒷받침할 주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싱가포르 개발업체 케펠랜드가 건설한 에스텔라하이츠가 대표적인 예다. 에스텔라하이츠는 고속도로와 인접하고 국제학교와 매력적인 카페들, 아름다운 옥상 수영장과 놀이터 등을 자랑하며 패밀리라이프에 이상적인 주택단지로 광고됐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건너 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는 육교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고 계획조차 불확실하다.
또한 베트남의 전철 인프라 구축은 전반적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호찌민시의 경우 2012년 전철 착공이 이뤄졌으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완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초 2017년 완공 계획이었으나 2020년으로 미뤄졌고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하이의 경우 첫 전철 라인이 1995년 예정대로 완공됐고 이후 신속하게 전철 인프라가 구축됐다.
재정 상태도 상당히 대조적이다. 호찌민시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1%로 상한선인 65%에 근접한 수준이라 인프라 지출을 늘릴 여력도 많지 않다. 10년 전 중국은 4조위안(약 679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적 경기부양을 통해 도로와 전철, 철도 등을 구축해 중국 주요 도시들을 효율적인 교통 중심지로 만들었다.
베트남 정부가 부채 상한선을 상향한다 해도 글로벌 무역 위축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2.7%에 불과한 만큼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 반면 10년 전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10%를 넘었다.
당시 상하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설 현장처럼 바쁘게 발전했지만, 호찌민시는 놀라울 정도로 건설현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2006년 당시 상하이의 신축 인프라와 리버뷰를 누릴 수 있는 푸동 거리 아파트들은 평방미터당 1800달러(약 205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호찌민시의 경우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이보다 비싼 값을 주고도 20년된 인프라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호찌민시의 호화주택 시장은 과열 상태다. 이 가운데 지난해 구매자의 80%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거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 푸동의 금융거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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