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 4곳(창원지점과 구미·원주·여수 출장소)을 폐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출입은행 혁신안이 정치권 반발에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은이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는 정치권과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지점 폐쇄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애초 계획을 번복한 가운데, 국회는 더 나아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수출입은행 본점 전경.<사진=수출입은행> |
10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김정호·엄용수 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이달 말 전체회의에서 수은의 지점 폐쇄 방안의 철회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직접 요구할 계획이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기재부 장관에게 수은 지점 폐쇄 상황에 대해 직접 확인할 계획"이라며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이 없이 폐쇄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기재부가 만약 폐쇄를 고집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해 약 6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수은이 몇억원의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점 폐쇄를 진행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기재부 쪽에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어필하겠다"고 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조선업이 힘겹게 살아나고 있는 상황인데 공공기관에서 힘을 보태주지 못할망정 폐쇄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수은이 지점 유지를 결정하더라도 기재부가 왜 혁신안을 지키지 않느냐고 하지 못하도록 정치권에서 강력하게 어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융권에선 현재 수은의 4개 지점과 출장소의 존속 가능성을 점친다. 정치권이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를 직접 압박하겠다고 나선 만큼 지점 폐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본다.
그간 정치권과 기재부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했던 수은으로서도 한결 부담을 덜 전망이다.
수은은 지난 2016년 막대한 적자로 부실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기재부와 협의해 올해 안에 지점 4곳을 폐쇄하는 안을 포함해 총 23개의 혁신안을 내놨다. 다만 '지점 폐쇄안 철회'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단독으로 해당 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껴왔다.
수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 입장에선 혁신안의 일부인 지점 폐쇄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기재부와 직접 해당 안을 논의하겠다고 나선 만큼 늦어도 5월 초경엔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수은은 '지점 폐쇄로 얻는 비용 절감 효과가 미미하고,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장고(長考)에 들어간 상태다.
수은은 현재 주무 부처인 기재부 등과 창원지점과 구미·원주·여수 출장소 등의 폐쇄 여부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지점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지점 존치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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