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6일 아시아나항공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임직원들에게 매각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고마움과 미안함, 응원을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박 전 회장은 해당 글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아시아나의 한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박 전 회장이 임직원에게 전한 메시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
오늘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금호산업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번 회계 사태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되었습니다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하였습니다.
이 결정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입니다. 다만 이 결정이 지금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의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합니다.
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을 위해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을 창립한 후 여러분들과 같이 했던 31년간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함께 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신생 항공사로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경쟁사와의 치열한 노선경쟁을 펼치며 새 비행기를 도입하던 일들,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한 비상 상황들. 그리고 우리는 IMF를 비롯하여 9.11테러, 사스와 메르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적 시련에 맞서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여러분들과 땀 흘렸던 빛나는 순간과 고독한 결정을 해야 했던 불면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특히 IMF 때 고생시켰던 임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좁은 Cockpit에서 안전운항을 위해 애써 온 운항승무원들,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땀 흘린 캐빈승무원들, 혹서기 혹한기를 가리지 않고 안전 정비에 몰두해 온 정비사들, 한 장의 티켓이라도 더 팔기 위해 국내외를 누비던 영업 직원들, 전 세계 공항에서 최고의 탑승수속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시성을 위해 힘써 온 공항직원들과 항공 화물을 책임지던 화물 직원들, 현장의 오퍼레이션을 지원하면서 회사의 미래를 설계해 온 일반직 직원들,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말씀 전합니다.
마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처럼 아시아나인 모두가 자기 파트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아시아나만의 고유한 하모니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나는 전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세계 최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었으며, 세계 유수의 서비스 평가기관으로부터 ‘올해의 항공사 상’을 석권할 수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임직원 모두가 합심한 결과입니다.
2004년에는 그룹 명칭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할 만큼 아시아나는 늘 그룹의 자랑이었고 주력이었습니다. 그룹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습니다.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냅니다. 여러분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만, 고생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더 나아가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아시아나의 한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2019. 4. 15.
朴 三 求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