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시뻘건 불길이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대단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지구촌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겪어온 수난의 역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숭례문 전소 아픔 아직도…국민적 상처로 남아
11년 전 발생한 한국의 국보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이 입은 상처가 크고 깊다. 화염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TV와 인터넷으로 접한 국민들은 2008년 그 착잡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법하다.
숭례문 화재는 방화범이 시너 3통을 들고 2층 누각에 올라가 불을 질러 문화재를 훼손한 사건이다. 벽을 제외한 목재로 된 건물 전체가 내려 앉았고, 5년이란 시간과 250억원이란 비용이 복원 과정에 투입됐다.
하지만 고증 방법이나 전통 재료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 씁쓸함을 줬다. 특히 복구에 쓰일 주요 재료인 금강송을 둘러싼 횡령 사건에 드러나 공분을 샀다.
불길에 휩싸인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테러에 낙서까지…세계 곳곳 주요 문화유산 '몸살'
테러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도 만만찮다. 이슬람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팔미라 파괴가 대표적이다. IS는 서쪽 로마제국과 동쪽 페르시아제국 사이에서 태어난 완충국가이자 로마시대 건축물을 간직한 시리아의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를 점령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문화유산을 숭배하는 행위를 금하는 IS는 팔미라의 주요 유적인 바알(벨)샤민 신전 등 주요 유산을 폭파했다.
특히 IS가 파괴한 사자상은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산이다. 2016년 3월 시리아 정부군과 이들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팔미라를 관리했으나 IS가 2017년 다시 팔미라 고대유적지를 장악해 로마의 원형극장 일부를 파괴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피렌체 역사지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 피렌체 성당은 많은 관광객의 낙서가 벽을 훼손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곳 계단 벽에는 한국말로 된 낙서도 종종 포착된다. 이 성당은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과 돔 지붕 건축양식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곳이라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굉장히 친숙하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자 과거 로마시대 정치‧경제를 상징하는 이곳에 낙서가 빈발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15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몽마르뜨 언덕에서 화재가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제2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막으려면
15일(현지시간) 화재로 훼손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진 지붕과 대표적 고딕양식 첨탑, 800년이나 버틴 목재,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 등 숱한 문화유산을 품은 곳이다.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바라본 지구촌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대단하다. 이 사건에 대해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 조상순 학예연구관은 "문화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큰 손실이고 재앙에 가까운 사건이다. 숭례문 화재가 떠올라 더 아쉽다"고 밝혔다.
조상순 학예연구관은 후대가 문화재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보존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가치를 보존할 만한 것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관리한다. 가급적이면 그 가치들 최대한 보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피해야할 게 전쟁이나 사회적 대립으로 야기되는 파손이다. 더 많은 후손들이 문화재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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