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이 법정으로 갔다. 보험금을 덜 받았다고 민원을 넣은 가입자, 민원인 소송에 맞불을 놨던 보험사, 가입자에 힘을 실어준 금융당국이 얽혀 있는 이번 싸움을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고 결론 내릴까. 장기전이 예고된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의 시작과 끝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박미리 기자 =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을 둘러싼 삼성생명과 보험가입자들 간 보험금 반환 첫 공판에서 법원은 ‘핵심은 즉시연금 지급액 계산식’이라 요약했다. 이에 삼성생명에 공개하지 않은 즉시연금 지급액 산출 계산식을 공개하라고 지시했고, 삼성생명은 오는 6월19일 예정된 2차 변론일에 계산식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삼성생명] |
1조원에 달하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리는 첫 재판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삼성생명 즉시연금(상속형) 가입자들이 청구한 소송이다. 매달 받는 연금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다며 이를 반환하라는 것이 소송 취지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6명과 함께 삼성생명에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비슷한 즉시연금 상품으로 소송이 줄을 잇는 한화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이 재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번 소송을 예의주시한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을 전 가입자에게 일괄지급하라고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게 지시했고, 보험사와 소송을 진행하는 소비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즉시연금은 보험가입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가입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상속형 상품이다. 상속형은 납입한 원금은 그대로 두고 매월 이자만 받는 구조의 상품이다.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약속한 월 연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만기에 지급할 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시 차감하는 사업비 등 일정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공제하고 지급하는데, 이 공제 금액이 약관에 기재돼 있지 않았고, 과소지급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연금액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산출방법서 역시 약관에 포함된 내용으로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산출방법서는 회사의 영업기밀이므로 이를 약관에 기재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재판의 쟁점은 ‘약관에 대한 해석’이다.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약관에 명확한 계산식이 명시돼 있다면 다툼이 없었을 것”이라며 “약관에 중요 내용을 누락한 삼성생명에 일차적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수식이 매우 복잡해 ‘별도의 산출방법서에 따른다’고 명시했다”면서 “산출방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약관은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가입자 측은 “산출방법서를 가입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문건으로 보험가입시 제공되지 않고, 가입자가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사안에 따라 교부받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결국 연금액이 어떻게 산출되는 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약관을 작성한 삼성생명에 잘못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가입자 측은 또 “AIA생명, DB생명, 신한생명 등은 과소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우선 즉시연금 월지급액 산출 계산 방법에 대해선 다음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한편, 즉시연금은 지난 2013년 세법 개정을 앞두고 가입자가 몰리며 급격히 팔렸다. 앞서 한도가 없던 즉시연금에 비과세 한도(개인당 2억원)가 신설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앞다퉈 가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중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가입한 이들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다.
하지만 2013년 대비 금리가 낮아지자 가입자 일부가 예상보다 연금액이 적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에게 과소지급한 연금액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또 지난해 7월 윤석한 금감원장은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미지급한 즉시연금을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지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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