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에서 돼지 개체수가 급감해 돼지고기 가격이 내년까지 70% 이상 급등하고, 생산량은 이르면 2021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 중국발 돼지고기 공급 부족으로 글로벌 가격 급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일부 지역 등 중국 외 지역으로도 확산되며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돼지고기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일본 노무라은행은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2020년 1월에 킬로그램당 33위안(약 5603원)으로 올해 2월 가격인 18.5위안(약 3141원)에서 78% 뛸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2018년 5월에 기록한 저점에서 40% 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노무라는 또한 돼지고기 사료인 옥수수 가격이 올라 개체 수가 더욱 줄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소재 DBS은행은 중국 돼지고기 감소가 글로벌 공급에 부담으로 작용해 미국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미국 선물 가격보다 약 11%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동물 사료로 쓰이는 대두 가격이 중국에서 상승해, 중국 농장들이 돼지열병에 따른 강제 폐사 조치를 당하느니 사료값이 많이 드는 돼지들을 도축하고 있다고 리서치 기관 TS롬바르드가 전했다.
지난 2018년 8월 처음 보고된 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본토 거의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 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저우커우(周口)의 양돈 농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체 육류 가격도 급등 전망
중국은 전 세계 육류의 약 28%를 소비하며, 돼지고기의 경우 글로벌 공급량의 절반 가량을 소비한다. 라보뱅크는 중국 내 돼지고기 부족 현상으로 대체품이 중국으로 대거 수입돼 글로벌 육류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육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S롬바르드는 “중국의 돼지 사육량과 소비량을 고려할 때 중국 내 공급량이 14%만 감소해도 전 세계 돼지고기 시장은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농무부도 올해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13% 감소해 글로벌 돼지고기 공급량 중 중국이 14.5~22%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조차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라며, 올해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하고 수입량은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을 넘어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일본과 호주로까지 확산됐다.
베트남에도 확산되며 베트남 돼지고기 생산량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도 발병이 보고됐으며 동남아 여러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라보뱅크는 돼지고기 개체 수가 많은 태국과 필리핀이 위험 지역이라며, “태국은 베트남과 근접해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다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전염병 확산 대응 체계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아 돼지 폐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개체 수가 일단 급감하면 다시 회복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 글로벌 육류 가격에 한층 상방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 정육점 코너에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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