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전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세 번째 공판 준비기일도 결국 ‘빈 손’으로 마무리됐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서로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들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당초 재판부는 논란이 됐던 검찰 수사기록 문제를 이날로 마무리 짓고, 변호인 측의 증거 의견을 최종적으로 정리한 뒤 재판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변호인이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별책 수사기록이 전체 수사기록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수사기록 목록이라는 건 수사 당시에 기록된 거라 목록에서 누락되더라도 이후 증거목록에 있으면 열람등사할 수 있어 방어권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변호인이 지적하신 부분은 압수수색 자료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조서등을 통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02.26 leehs@newspim.com |
양측은 서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실무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이걸 근거로 증거인부 의견을 밝힐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맞섰고, 변호인은 “취득한 증거 중 일부는 제출하고 일부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건데 자꾸 이해를 못하시는 것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 역시 “증거에 관한 의견이 있어야 재판 진행이 되는데, 이번 기일까지도 해결이 안됐다”며 “증거 의견 진술 단계에서 이렇게 오랜 기일이 걸리는 게 참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수고를 끼치는 것 같긴 한데, 일단 재판 진도가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기소 후에 새로 수사목록에 들어간 자료가) 있으면 그대로 제공하시고, 아직 작성이 안 돼 있다면 새로 작성해서 피고인 측에 작성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들 측이 일부 밝힌 부동의 증거도 2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증거들을 철회하지 않고 법정에서 입증하려면 200명이 넘는 증인들을 법정에 세워 신문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 측에 우선적으로 증인 신청서를 제출하되, 반드시 필요한 증거 외에는 철회하는 방안을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피고인 측에도 공문과 보고서 등 ‘공문서’에 대해 꼭 부동의 해야 하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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