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최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된 지 두달 지났지만 재판은 지지부진하고 있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이 낸 증거 의견서를 받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나 혼자 착각했나 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들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 측에 신속히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2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증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번 재판기일에 증인이 확정될 정도로 조속히 증거의견서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는데, 피고인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받고 제가 굉장히 당황을 했다”며 “그때 그렇게 얘기할 때 ‘나 혼자 착각했었나’ 할 정도로 재판부의 진행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검찰 역시 “재판부가 밝힌 기한까지 쟁점 의견서를 낸 피고인들은 아무도 없었고, 지난 9일에서야 일부 피고인들이 쟁점 및 증거인부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제출 기한도 지키지 않는 변호인들의 태도는 향후 검찰의 재판 준비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피고인들이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증인신문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인부 의견을 제시했으므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 관련해서는 심리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공판준비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공판기일을 지정해 먼저 심리하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 내에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이에 변호인단은 재차 검찰의 수사기록 목록을 걸고 넘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단은 “최종적인 수사목록을 아직도 못 받았고, 심지어 피고인 당사자의 5회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목록에도 빠져있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어떤 내용으로 받았는지 사실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규진 업무수첩’도 열람등사를 거부하셨다. 이런 부분들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에서 다른 여타 쟁점만 정리되면 빨리 작성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재차 공방을 벌이자 재판부는 “변호인들은 지금 증거에 대한 의견을 완전하게 제출하지 못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하는 것 같다”며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이렇게 되느니 검찰 측에서 양승태 피고인 변호인에게 제공한 수사기록이 무엇인지 재판부에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도 정식 재판 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오는 19일까지 증거 동의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을 요청하고, 22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한편 ‘사법농단’ 사건의 또 다른 핵심 피고인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잇따른 증인 불출석으로 지지부진하고 있다.
같은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9차 공판은 당시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 진모 판사가 불출석하면서 또 다시 증인신문이 불발됐다. 현재까지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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