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25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러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핵무기 동결 및 감축 등 실질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버시바우 전 대사와 가진 인터뷰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북한이 하노이 회담(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했던 조치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버시바우 전 대사는 주 러시아 미국대사를 거쳐 2005년부터 3년 간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최근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이 발표된 이후 이뤄지는 것으로, 핵이나 제재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앞서 중국의 지원을 받았듯이 이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겠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며 “다시 말해 미국에 ‘우리에겐 동맹인 러시아가 있다’, ‘(미국 외에) 다른 옵션도 있다’, ‘제재와 관련한 우리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제재 완화를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에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국제사회 여러 문제에 있어 미국에 반대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사실이고 푸틴 대통령도 대북 제재 완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미·러 양국이 공통적 이해를 갖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핵 확산에 강하게 반대해왔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도 충실히 이행해왔다”며 “러시아가 북핵 협상에서 가장 큰 지렛대는 아니더라도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더라도 결국에는 핵을 폐기하도록 러시아가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그는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와 관련해 반드시 전략적 선택을 보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에 따르면 ‘전략적 선택’이란 하노이 회담에서 거론된 영변 핵시설 문제와 관련해 ‘이 보다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을 북한이 분명히 하는 것을 말한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리비아 모델’처럼 한꺼번에 완전히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시스템의 동결, 감축과 관련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단계적 조치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계속해서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고 특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괄타결식 ‘빅 딜’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했듯 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한과 협상 진전에 따라 철도, 에너지 파이프라인 연결 등 인프라 프로젝트 같은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할 실질적 준비가 돼 있고 이런 움직임이 확인된다는 것을 전제로 러시아가 이런 부분들을 약속한다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를 약속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것을 만회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큰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국제사회나 내부 선전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북 비핵화 협상을 돕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