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미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전면에 내세워 대미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최 부상은 30일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일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대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구고 입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상이 문제시 한 ‘경로변경’은 지난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 CBS 방송과의 한 인터뷰 내용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 “그것은 평탄치 않고 도전적일 것”이라며 “협상이 깨지고 그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분명히 우리는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 부상은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힌 것을 언급했다.
최 부상은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이 올해 말까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면 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시한부를 정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상은 또한 “미국이 지금처럼 문제를 헤집고 딴 길에서 헤매면서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지만 미국에 시한부를 정해준 만큼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며 “미국은 우리가 올해 말까지 시한부를 준 의미를 깊이 새기고 향후 경로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 부상의 이번 발언을 두고 일종의 ‘북미 간 기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은이 시한을 정했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말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을 말을 통해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례적으로 북한이 빠른 시일 내로 반응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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