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발동이 걸렸습니다. 국회논의가 시작되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조정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대입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검찰파동’이란 단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핌>이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문재인 정부의 1호 검찰총장인 문무일 총장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정권 기조에 맞춰 묵묵히 개혁을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개혁위원회 등을 통해 폐쇄적이던 검찰 조직에 대한 변화 시도는 큰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경찰에 일부 이관될 수사권 만큼은 문 총장에게 ‘아픈 손가락’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검경수사권안을 조정한 만큼 문 총장으로선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조직이 수사권 조정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문 총장의 아픈 손가락을 검찰의 ‘피투성이’로 비유할 만하다.
◆취임부터 ‘개혁’…검찰개혁위·수사심의위 등 도입으로 조직 투명화
문 총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저조하다”며 “국민들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내부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을 꼽고 있다”고 검찰개혁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후 검찰개혁위원회·수사심의위원회·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도입하며 폐쇄적인 검찰 조직을 개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기에 더해 올 2월에는 검찰미래위원회가 설치되기도 했다.
검찰은 개혁위가 권고한 대로 대검찰청에 인권부를 신설해 피해자 지원과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 수립 등 검찰 조직을 개혁해나가고 있다. 또 문 총장이 개혁위 권고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찾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사심의위의 구속기소 권고에 따라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보복했다는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이 심의위 권고에 따라 ‘실세’였던 안 전 국장에 영장을 청구한 건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검찰의 ‘기계적 상고’를 막기 위해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도입한 이후 상고율이 1/3으로 대폭 줄어든 것도 큰 성과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09 yooksa@newspim.com |
◆ ‘검경수사권’ 만큼은 청와대와 대립각
문 총장은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수사권조정 문제는 검찰로서는 그동안 지켜온 기득권의 문제일뿐 아니라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검경수사권 조정만 따로 떼어내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치경찰제의 안착과 인권친화적 수사제도 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같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2018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자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연락받은 게 없다”고 밝혀 ‘검찰 패싱’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수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검찰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구성원들은 조정안 발표가 임박할 때까지도 해당 내용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되던 지난해 6월 21일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검찰을 독립외청으로 거느린 법무부는 당연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을 구성원 모두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지만 법무부가 그 노력을 했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왔다.
문 총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되어야 한다”며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게) 부여하고 있다.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초동의 한 법조 관계자는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검사들도 수사권 조정 문제만큼은 한마음 한뜻으로 반대하는 기조”라며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의지도 강력해 여러모로 조직의 수장으로서 문 총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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